4자회담 제의 한달째 北태도 여전히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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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미 양국이 제주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 4자회담을 북한에 제의한지 1개월이 됐다.북한은 지난달 16일의 4자회담제의이후 두차례의 공식반응을 포함,9차례 입장을 개진했다.초기의 「검토중」이란 고식적 반응에서 「추가 설명요 구」쪽으로 진전되긴 했으나 4자회담 성사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4자회담이 제의시점보다 일부 진전되지 않았느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킨 때는 지난 7일 북한 외교부 성명이 발표되면서부터.성명은 『4자회담의 목적과 현실성을 따져보기 위해 미국측에 구체적설명을 요구했으나 아직 공식적인 설명을 받지 못 했다』며 『미국측으로부터 필요한 설명이 있을 때까지 좀 더 기다려볼 것』이라고 한걸음 더 나갔다.
북한측의 이같은 추가설명 요구는 결국 13,14일 제주 한.
미.일 차관보급 고위협의회에서 주의제로 다뤄졌다.한.미 양국은남북한과 미국이 공동참여하는 설명회 형식의 3자접촉을 북한에 제의하는 선에서 입장을 정리했다.
이에 따라 이제 4자회담은 형식면에서는 남북한과 미국이 참여하는 3자접촉 성사여부에 달려있게 됐다.
북한측이 요구한 추가설명은▶미국측이 답할 사항▶한.미 양국이답할 사항▶4자회담에서 논의될 사항으로 돼있기 때문에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설명해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 배제-북.미 채널확보」라는 일관적 입장을 보여온 북한이 3자접촉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특히 북한은그동안 4자회담을 「미국의 제의」라고 호도해왔다.만약 북한이 3자접촉을 통한 설명회에 응한다면 이는 4자회담 수용때 받을 수 있는 이익을 「사전보장」받겠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실제로 한.미 양국이 다소 이견은 있지만 식량지원.남북경협확대.미국의 경제제재 완화 등을 북한의 4자회담 수용과 사실상 연계시키고 있는 정황을 고려 할 때 더욱 그렇다.사태가어떻게 전개될지는 단언하기 어려우나 한국 입장에서는 3자접촉이라는 묘수를 통해 북.미간 일방적 접촉 차단을 확보한 듯하다.
하지만 3자접촉이 실제 이뤄지기까지는 당사자간의 이해득실과 이에 따른 물밑교섭이 필요하다.4자회담은 한달간의 탐색전을 마치고 본격적인 교섭과정에 돌입하고 있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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