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쌀문제 다시 생각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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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얼마 전엔 국제 곡물가격의 폭등으로 주곡 쌀 수급에 비상이 걸리더니 이번엔 가공용 쌀까지 부족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탁주.약주 등 가공용으로 쓰일 정부미 재고가 감소함에 따라 정부가 이 쌀의 방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가공용 이건 주곡용이건 현재의 쌀 수급 전반이 불안해진 것은 우리의 쌀 재배면적이 예상보다 급격히 감소한데다 국제 곡물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거기다 우리 농민들이 80㎏들이 한 가마에 14만원대에 와 있는 쌀값이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출하를 조절하고 있는 것도 단기적인 원인이다.
정부의 공식추계는 올해의 쌀 재고가 사상최저인 2백78만섬까지 내려가는 것으로 돼 있으나 전문가들은 그 이하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쌀 수요 감소 추세가 둔화되는 대신 생산.공급의 감소 추세는 예상보다 급격히 진전되고 있 기 때문이다.그 어느때보다 안정적인 쌀 공급이 중요하게 됐다.
안정적인 쌀 수급계획을 수립.집행하는데 있어 과거의 주곡 자급 의지를 다시 회생(回生)시키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유휴경지는 대리 경작을 시켜서라도 생산에 활용하겠다는 정부 의지는꼭 실천돼야 한다.단위 면적당 수확량을 15㎏ 정도 올리겠다는목표도 어떤 과학기술이나 첨단 영농기법을 동원해서라도 성공시켜야 한다.영농기계의 투입을 비약적으로 증대시키는 일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 계획대로 올 쌀 생산 목표 3천3백70만섬이 달성되면 일단 재고에 여유가 생겨 좀더 긴 안목으로 쌀 증산문제를 숙고할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기존 논 면적의 감소 추세는 돌이킬 수 없고 해외수입 의존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요인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이런 요인을 기초로 쌀 증산계획을 세우려면 간척에 의한 농경지 확대 등 새로운 수단이 추가돼야 한다.
올해의 세계 곡물 생산량이 소비량을 초과하리란 미국 농무부의최신 예측도 있고 보면 다소 사정이 나아질 전망이 설 때 장래를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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