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내기 회계사 몸값 뛰는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지난달 8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경영대학 강당. 한영회계법인은 이날 수백 명의 서울대 학생들 앞에서 취업설명회를 열었다. 우수한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들을 채용하기 위해서였다. 한영에 근무 중인 같은 대학 출신 공인회계사들이 나와 “우리 회사는 해외 근무 기회가 많고 급여도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대졸 취업난이 극심하지만 신규 공인회계사들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다. 취업난은커녕 오히려 몸값이 오르고 있다. 회계사시험 합격자가 아직 발표나기 전인데도 삼일과 안진·삼정·한영 등 이른바 ‘빅4’ 회계법인들은 지난달부터 각 대학을 돌며 앞다퉈 취업설명회를 열고 있다. 우수한 신규 공인회계사를 입도선매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채용 열기는 2011년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회계시장 개방에 대비해야 하는 회계법인들의 발걸음이 바빠졌기 때문이다. 한영회계법인 오찬석 고문은 “국내 재무회계 시스템을 변경하는 등 준비해야 할 일이 많아 회계사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초대형 회계법인들의 국내 시장 진입에 맞서려면 몸집을 불려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 때문에 다음달 5일 있을 합격자 발표가 나기도 전에 합격이 예상되는 지원자의 신청을 받아 면접부터 하는 회계법인도 많다. 취업설명회에 더 많은 지원자를 끌어모으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삼일은 국내 최대 규모의 회계법인이라는 점을, 안진은 자산 1조원 이상 감사 기업 수가 가장 많다는 점을 강조한다. 입사하면 해외어학연수 등 각종 교육기회를 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하는 곳도 많아졌다. 연봉도 많이 올랐다. 신규 공인회계사 초임이 2년 전 3000만원 정도에서 지금은 4000만원가량으로 30% 정도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회계법인 한덕철 전무는 “합격자 발표가 난 뒤 우수 인력을 채용하려면 늦기 때문에 조기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회계법인들은 합격자 발표를 전후해 한 번 더 취업설명회를 갖는다.

빅4 회계법인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규 회계사들을 싹쓸이할 예정이다. <표 참조>

회계법인 관계자들은 “ 얼마나 많은 우수 인력이 지원할지는 아직 미지수”라면서도 “우수하다면 다 뽑을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반면 중소 회계법인들은 신규 회계사를 채용하지 못해 안달하고 있다. 한 중소 회계법인 관계자는 “지난해 많이 뽑을 계획이었는데 대형 회계법인들이 다 데려가 겨우 10명밖에 채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영욱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