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제1야당>中.정책.路線 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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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가 노동법 개정방침을 천명한 직후 국민회의 기자실에는 두사람이 찾아왔다.중소기협중앙회장을 지낸 박상규(朴尙奎.전국구)부총재와 노동운동가인 방용석(方鏞錫.전국구)당선자다.
朴부총재는 『복수노조를 하면 중소기업은 망한다.정리해고제는 벌써 시행됐어야 했다』고 주장했다.당의 노선과는 완전히 반대 의견이다.方당선자는 변형 시간근로제를 강력히 반대하고,복수노조와 3자개입 허용을 주장했다.
국민회의 노선이 혼란에 빠진 것이다.명분과 득표력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14대까지만 해도 서민과 소외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을 폈다.그러나 지지층을 확대하기 위해 보수층을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정부의 개혁정책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마저 생기고 있다.보수는 자민련에,개혁성은 여당에 주도권을 빼앗기는 양상을 보이고있다.정권 대체세력인 제1야당으로서의 정체성이 혼란에 빠져버렸다. 자민련과의 연대는 노선 혼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김대중(金大中)총재를 제외한 모든 당직자들이 『이대로는 (정권교체가)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김대중-김종필총재 회동 이후그 탈출구로 자민련과의 연대도 한 가능성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진보와 보수의 양 극단에 서있는 두 金총재의 연대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선 쉽게 설명하지 못한다.
특히 진보파들은 몹시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반유신투쟁을 벌여온김근태(金槿泰)부총재는 『가정에 대한 논평은 하지 않겠다』면서어색한 미소로 답변을 대신했다.
金총재는 복수노조와 3자개입 허용등을 요구하고 있다.그러나 김종필총재는 분명한 반대입장을 천명했다.정동채(鄭東采)비서실장도 노사문제.대북 정책.중소기업정책등에서 두 金총재 사이에는 분명한 노선 차이가 있다고 인정했다.
정치가 좋은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명분과 권력 투쟁이라는 막후의 흐름으로 이루어진다고 보면 정책의 실현이 불가능해질 때 권력 투쟁이라는 동물적 투쟁만 남게되는 셈이다.
정동채실장은 『일본군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중국도 국.공합작을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또 『공정한 선거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전술적 연대일뿐』이라는말로 궁색한 답변을 피했다.『프랑스의 좌.우 동거정부』(梁性喆당선자.구례-곡성),『히틀러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악마와도 손을잡는다』(朴智元기조실장)는 논리도 전개하고 있 다.
그러나 왜 현정권이 일본군이나 나치와 동일시돼야 하고,김대중-김종필 연합군이 명분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못하고 있다.『여와 야가 바뀌는 수평적 정권교체를 경험해야 민주주의가 발전한다』는 주장밖에 없다.
그러나 보좌관들은 좀 더 솔직히 『지역 연대를 하지 않고는 정권 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양성철당선자도 『36년동안 영남에서 집권했으니 호남에서도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솔직한심정을 털어놓았다.
또 『정치란 정책이 달라도 당장 이익이 있으면 연대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87년부터 계속된 3金 대결 와중에서 명분은 퇴색하고 노선은혼란에 빠져버린 셈이다.이런 상태에서는 게도,구럭도 다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게 金총재의 고민이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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