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핸드볼대표 이석형 이유있는 외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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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이석형(경월)마저 떠난다.지구촌 최고의 수문장중 한명인 이석형은 아이슬란드 프로핸드볼리그 진출을 위해 다음달 7일 짐을 꾸린다. 이로써 한국남자핸드볼의 간판급으로는 문병욱(경월) 혼자 남았다.
강재원.조치효(이상 스위스 파티 빈터투어)를 비롯해 조범연(일본 나카무라하역).임진석(일본 대동철강)이 해외에서 활약중이다.지난해엔 월드스타 윤경신이 독일 핸드볼 분데스리가 VHL 굼머스바흐의 유니폼을 입었고 현재 육군체육부대소속 인 박성립 역시 제대후 일본 대동철강에 입단할 예정이다.
한국 남자핸드볼 역대 베스트7중 6명이 해외로 빠져나간 이같은 현상은 「스포츠 수출」이라고 반기기엔 어딘가 허전하고 찜찜하다.이들이 하나같이 비인기종목의 냉대를 견디다 못해 등을 떼밀리다시피 외국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핸드볼의 수준은 세계정상이다.여자핸드볼은 올림픽 3연패를노리고 있으며 남자핸드볼 역시 심판 편파판정으로 올림픽 본선티켓을 따는데 실패했으나 지난 3월 대학선발만으로 가볍게 96일본구마모토 프레세계선수권 3위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알아주는 사람 없는 천리마」는 쓸쓸하다.8일 끝난 96핸드볼종별선수권대회(대전)의 관중수는 매일 기십명에 불과했다.썰렁한 코트에서는 아무리 「천리마」라 할지라도 달릴 생각이 날 까닭이 없다.
아이슬란드 레이캬빅 FH팀에 입단할 이석형의 연봉은 3만달러에 불과하다.현재 소속팀 경월에서 받는 월급을 약간 웃돌 뿐이다.그렇지만 이는 『최소한 아이슬란드엔 관중의 환호가 기다린다』고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관중없는 올림픽 효자종목이 앞으로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 것인가.특정종목만 선호하는 「오빠부대」식 편식이 스포츠 균형발전을 위해 과연 건전한 현상인지 안타깝다.
임용진 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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