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美 연쇄접촉과 4자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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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과 미국이 한국전쟁당시 실종된 미군(美軍) 유해송환협상에서 원칙적인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북.미(北.美)관계에 새로운징검다리가 마련됐다.최근 미사일협상이나 북한 요인들의 미국방문을 계기로 잇따라 진행됐던 양자의 접촉과정이나 결과로 미뤄 관계개선의 길이 넓어진 셈이다.
이러한 북.미간의 연쇄접촉과 접근이 우리의 참여없이 이뤄졌다고 굳이 서운함이나 경계심을 나타낼 생각은 없다.양자간의 관계개선이 한반도의 안정에 보탬이 될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특히 북.미간의 다각적 접촉이 4자회담의 제안이후 이뤄 졌다는데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분위기조성에 도움이 되었기를 우리는 바란다.
이번 접촉을 통해 북한이 4자회담과 관련해 미국측의 의향을 타진하거나 의견교환을 시도하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그 과정에서 북한측은 미국측의 설명을 충분히 들었을 것이다.이밖에도 다른 경로를 통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 든 4자회담의 목적에 대한 설명이 있었던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솔직히말해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더라도 4자회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북한이 모를리 있겠는가.그러나 유해송환협상의 진전으로 북.미간의 연쇄접촉이 끝나면서 북한은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다시 4자회담의 목적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미국측에 구체적 설명을 요구했으나 공식설명이 없어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시간을 끌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미국측의어떤 다짐이나 약속을 얻겠다는 속셈이라는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않다.시간을 끌수록 남한을 배제한 채 미국과 단독접촉기회를 더많이 갖겠다는 생각일 것이다.그러나 북한의 대미(對美) 접근은한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북한의 속셈은 물론 미국과의 평화협정 논의다.그러나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단독으로 한반도평화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큰 오산이다.북한만의 좁은 논리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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