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산마을>16.삼척시 대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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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삼척은 독특한 도시다.
동해안을 끼고 있지만 바닷가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거의 해안과 맞닿으며 달리는 험준한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도시를 에워싸고 있다.그래서 바다를 봐야만 해안도시에 왔다는 사실을 비로소 느낀다.절묘한 산과 바다의 조화다.이런 곳 에선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十勝地)가운데 하나 정도는 있게 마련이다.십승지란 열군데의 피난처란 뜻이다.그러나 단순히 피난처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전쟁은 물론 흉년.전염병의 삼재(三災)를 피할 수 있는 이상향이란 의미도 지니고 있다 .
경주이선생가장결(慶州李先生家藏訣)이란 정감록에는 십승지 가운데 하나가 우이령 귀넘이재 근처에 있다고 나와 있다.
대이리(大耳里.삼척시신기면)는 바로 그 재 아래에 고즈넉이 자리잡고 있다.실제로 대이리 사람들은 6.25가 터진 것을 까맣게 몰랐다.몇달 지나고나서 이곳으로 피난온 친지에게 들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날 때까지 군인 한명 보지 못하고 총소리 한번듣지 못했기 때문에 「남의 얘기」거니 했다고 한다.
대이리는 삼척시에서 가장 두메산골로 꼽힌다.삼척시신기면 소재지에서 차로 30여리를 달려야 닿는다.지금이야 길이 포장돼 있지만 과거엔 외나무다리가 많았다.그래서 비가 많이 내려 계곡물이 불면 한달이고 두달이고 길이 끊겼다.
마을 앞쪽으론 덕항산과 촛대봉.문바우.양티봉 등 바위산들이 송곳처럼 솟아있고 산 깊숙한 곳엔 국내 최대의 석회동굴 지대인대이동굴이 있다.대이동굴지대는 기차굴 서너배 크기의 환선굴(幻仙窟)을 비롯해 관음굴.제암풍혈.양티목이 새굴. 덕밭 새굴.큰재 새굴 등 많은 동굴이 산재해 있다.이 일대 2백만평은 천연기념물 제178호로 지정돼 있다.
대이리는 승지마을에 걸맞게 우리의 옛것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대이리에 한채 남아 있는 너와집에는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다. 이종옥(76)씨 집안은 13대째(3백년) 이 집에 둥지를 틀고 있다.너와집은 지붕을 두꺼운 나무판자나 널조각으로 이어놓은 집을 말한다.
지금 기준으론 불편하지만 공기가 잘 통하고 방수효과가 뛰어난이점이 있다.
『게을러서 그렇지 뭐.다른 사람들은 신식집으로 다 바꾸었는데나는 그냥 살다보니 나중엔 혼자만 너와집에 살고 있더라구.요즘은 삼척시에서 보존한다고 중요민속자료로 지정해 고치고 싶어도 마음대로 고칠 수도 없어.』 여섯명의 식구를 거느리고 너와집에서 살고 있는 李씨는 싱겁게 웃었다.
대이리엔 사람은 살지 않는 굴피집도 한채 있다.굴피집은 지붕에 나무판자 대신 굴피(참나무 껍질)를 덮은 집이다.
물방아가 보존돼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물방아는 얼마전까지 대이리에서 직접 사용됐던 방아로 「통방아」「벼락방아」라고도 부른다.물통에 물이 담기면 그 무게로 공이(찧는 틀)가 올라가고 그 물이 쏟아지면 공이가 떨어져 방아를찧는다. 대이리는 마땅한 농사거리가 없어선지 다른 마을에 비해풍족하지 못하다.그러나 옛 것을 고스란히 간직한 승지마을의 긍지만은 남다르다.
이장댁((0395)41-1777).
글=하지윤.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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