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북리뷰>강진구 회고록 "삼성전자 신화와 그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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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화질이 깨끗하구먼.누가 만들었소?』61년 박정희(朴正熙)최고회의의장은 내가 만든 카메라.모니터를 보고 불쑥 물었다….
」 삼성전자 강진구(姜晋求)회장이 살아온 「전자인생」 35년은이렇게 시작됐다.
당시 KBS기술자였던 그가 TV방송 개국에 필요한 기자재를 개발한 것이『품질이 좋다』며 당시 朴의장으로부터 칭찬받은 것이다. 일개 샐러리맨으로 출발,한국 전자업계 대부격의 위치로 부상한 姜회장이 고희(70세)를 맞아 펴낸 회고록(고려원간)은 그의 삶 이력이 바로 한국전자산업의 성장사임을 알게 해 준다.
방송기술자로 KBS와 동양방송을 거친 그가 한국 전자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73년 삼성전자에 입사하면서부터.
그의 인생은 「메모리반도체 세계1등국」인 한국 전자산업이 걸어온 23년의 짧고 숨가쁜 여정과 궤를 같이 한다.
삼성은 2백56KD램을 개발,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반도체 사업의 걸음마를 시작하던 87년 큰 시련을 맞는다.국제가격 하락으로 4년간 1천억원의 누적적자가 난 것.『그것 봐라』는 업계일각의 비아냥을 들으며 개발팀은 상심에 빠졌다.
이때 고(故)이병철(李秉喆)삼성회장은『빠른 기술진보 추세를 따라가려면 출하경쟁에서 앞서야 하므로 오히려 1메가D램 공장 착공식을 내일 당장 갖자』고 몰아갔고 이것이 결국 적중했다.그러나 李회장은 반도체 사업이 흑자 내는 것을 보지 못한채 87년말 세상을 떠났다고 회고록은 적고 있다.
이후 94년 삼성은 세계 최초로 2백56메가D램 개발에 성공했다.「계란으로 바위깨기」라고 비웃던 미국.일본 업체들을 10여년만에 제친 것.한국의 전자산업은 이제 총 수출의 35%(95년)를 점하고 그중 3분의1을 삼성전자가 해낼 정도여서 이 회고록에 비중이 더 실린다.
그는 76년 컬러TV 방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가 코너에 몰렸다.朴대통령이 가난한 농촌에 위화감을 준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그는 모처로부터 『각하 뜻을 거슬러 컬러TV방송을 해야 한다고 또 떠들고 다니면 재미없소』라는 협박까지 받았다는 것.그러나 그는 세계 시장에서 흑백TV는 가고 컬러TV시대가 오고 있다고 3년반 동안이나 끈질기게 주장,컬러TV방송을 앞당기게 했다. 이 책은 삼성맨이 직접 쓴 관계로 삼성경영의 성공담이라는점에서도 관심을 끈다.고 이병철회장이 이사인 姜회장을 일약 사장으로 발탁한 비화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이 회고록은 이건희(李健熙)회장이 후진에게 교훈으로 남을 기록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姜회장에게 책으로 펴낼 것을 간곡히 권해 집필됐다고 한다.姜회장은 1남2녀인 자녀가 컴퓨터공학(장남).전자공학(장녀).화학공학(2녀)등을 전공해 모두 공학도다.한 측근은 가족이모이면 신기술 이야기가 화제라고 전한 다.
이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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