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체면 살려주고 원조 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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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1일 오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북과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 명의의 논평을 냈다. "金위원장 방중이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18일 저녁 金위원장의 방중 소식이 전해진 지 사흘 만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북.중 정상회담 내용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金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대해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도 다각도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지만 제3자의 입장에 있기 때문에 먼저 나서서 뭐라 말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정원.외교부 등을 중심으로 金위원장의 방중 관련 정보를 사전에 공유하고 있었지만 북한과 중국의 관계를 고려해 대외적으로 철저히 함구해 왔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신화통신 보도 이후 급박하게 움직였다. 청와대에선 관계부처 실무진이 모인 가운데 분석.대책회의가 열렸다. 정부는 일단 金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북.중 정상이 6자회담의 지속에 합의한 만큼 다음달에는 6자회담 실무협의회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金위원장이 직접 "북한은 최종적인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고 한 언급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최종적인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핵개발 포기와 핵무기 해체를 뜻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경제개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특히 金위원장이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새 지도부가 '3개 대표이론'의 원칙을 견지하며 경제를 신속히 발전시키고 있는 점을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3개 대표이론은 공산당이 선진 생산력, 선진 문화, 광범위한 인민의 이익을 대표한다는 것으로 자본가 계층의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중 관계의 완전 복원에도 정부는 주목하는 분위기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 새 지도부와의 첫 상견례라는 金위원장의 1차 목표는 훌륭하게 달성됐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북핵의 평화적 해결 의지를 강조해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이에 따른 반대 급부로 경제원조도 보장받는 등 1석2조의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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