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 우수해 힘들었지만 난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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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양궁 개인전에서 한국의 박성현을 꺾고 금메달을 확정지은 중국의 장쥐안쥐안左이 활을 번쩍 들고 감독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왼쪽은 문형철 한국 감독이 박성현을 위로하는 모습. [베이징=뉴시스]

양궁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한 장쥐안쥐안(중국·27)은 오랜 시간을 거쳐 중국이 준비한 ‘한국 킬러’였다.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한국 양궁 대표팀은 한국 여자 양궁의 개인전 7연패를 저지할 만한 선수로 장쥐안쥐안과 나탈리아 발레바(이탈리아), 유스티나 모스피네크(폴란드) 등을 꼽으며 경계했다. 결국 중국 팬들의 열성 응원을 등에 업은 장쥐안쥐안이 한국 여자양궁의 개인전 금메달 행진을 가로막은 주역이 됐다.

장쥐안쥐안은 이미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한국을 위협할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때 단체전에서 한국팀을 1점 차까지 바짝 추격했던 중국팀에서 눈부신 실력을 보여줬던 중국의 간판 ‘여궁사’다. 이번 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도 그는 중국에 은메달을 안겨준 에이스다. 키 1m69㎝, 몸무게 63㎏의 단단한 체구다.

지난 6월 열린 2008 양궁 4차 월드컵에서는 개인전 준결승에서 윤옥희에게 107대 105로 2점 차로 패배하며 3위에 그쳤지만 한국 선수에 못지않은 실력과 집중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쥐안쥐안은 베이징 올림픽 개인전 랭킹 라운드에서 635점으로 부진, 전체 64명 중 27위에 그쳤다. 하지만 랭킹 라운드 부진이 오히려 침착함을 유지하는 데 보약이 됐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장쥐안쥐안은 ‘한국 3인방’을 깬 비결을 묻자 “굉장히 어려운 경기였다. 한국의 세 선수가 모두 우수해 매 라운드가 힘들었다”며 “사대에서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그녀는 평소 휴식 시간에는 독서와 음악 감상을 주로 한다.

한국의 주현정과 윤옥희를 이기고 마지막 박성현과 대결을 앞두었을 때의 심경을 묻자, 장쥐안쥐안은 “심리적으로 박성현에게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강한 자신감으로 무장한 장쥐안쥐안은 마지막 12번째 화살을 쏘기 전, 9점 이상을 맞혀야 한다는 부담감도 전혀 없었다. 그녀는 “강한 자신감이 있었다. 전혀 떨리지 않았고 주저 없이 화살을 쐈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1엔드 두 번째 화살을 7점을 쏜 것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카메라 플래시에 방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쥐안쥐안은 “나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모든 중국 양궁 선수가 함께 노력해서 만들어낸 결과다. 오늘 금메달은 중국의 모든 양궁 선수와 팀에 바친다”며 감격해했다. 특히 “비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고향 칭다오에서 달려와 관중석을 메워준 고향 주민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거듭해서 감사했다.

중국 칭다오 출생의 장쥐안쥐안은 어려서부터 운동을 했다. 초등학교 때 이미 1m64㎝까지 자란 큰 키 덕분이었다. 라이시 체육학교에 입학, 처음에는 창던지기·투포환·원반던지기 등 육상 필드 종목을 했고 이후 양궁으로 종목을 바꿨다. 1994년 열세 살 때 체육교사에게서 양궁을 처음 배웠고, 양궁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장쥐안쥐안은 “내가 양궁을 선택한 것이 아니고 양궁이 나를 선택했다”는 말로 양궁과의 운명적인 만남을 설명했다. 2001년 처음으로 중국 대표선수로 뽑힌 장쥐안쥐안은 그해 처음 출전한 200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맹활약, 중국의 단체전 우승에 기여했다.

베이징=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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