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地圖>문학 13."현대문학"의 문인들 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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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5백여 문학인의 산모인 『현대문학』(이하『현문』)은 세계 문학사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현대 한국문학사가 창출한 명물의 하나다.
문단 전체 인구의 6분의 1을 배출한 『현문』은 다른 문학지가 도저히 따를 수 없는 중요한 몇가지 요인으로 초창기부터 한국문단을 주도할 수 있었다.
『현문』의 성공은 창간자이자 상징인 조연현(趙演鉉)씨의 공로로 돌리는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그는 8.15직후 조선청년문학가협회를 주도한 구성원(서정주.박목월.유치환.김동리.곽종원 등)이었는데,이들이야말로 그 뒤 한국문학사의 주역으 로 문단은 물론 예술원까지 창립(1954)해 분단시대의 미학적 이데올로기의 기틀을 마련한 주축이 된다.
『현문』은 이래서 8.15직후의 여러 유파 중 순수파와 생명파의 미학적 파토스를 기반삼아 대한교과서의 막강한 지원에 힘입어 창간됐다.
그러나 이런 지원이나 당대 권력과의 밀착이 문학지의 질이나 생명력을 연장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은 다른 많은 문예지의경우로 입증된다.
이승만정권 아래에서 관료층에 몸담았던 해외문학파 계열의 『문예』나,예술원의 일방적인 발족에 소외됐던 사람들이 주도했던 한국자유문학자협회의 『자유문학』조차도 단명이라는 문학지의 숙명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현문』만은 온갖 잡음에도 불구하고 「범문단적」성격을 고수하면서 당시의 1급 문학인이 간판스타로 나섰고,그 저명성을뒷받침할만한 단체(한국문학가협회에서 한국문인협회로 개칭)에다 후진양성 기관(서라벌예대와 동국대)까지 갖춰 그 야말로 공급에서 수요까지 가장 이상적으로 짜인 기반 위에서 굴러갔다.
여기에 조연현씨는 문학관보다 인간관계를 중히 여겼기에 다른 유파의 중견문인들도 흡수할 수 있었고,편집감각에서도 한국현대문학을 중심축으로 하되 고전과 국어학,세계문학을 변두리에 배치함으로써 당시의 광범위한 독자층이었던 교사층을 사로 잡았다.
이제 『현문』은 조연현 창립세대에서 김국태(金國泰)를 거쳐 3세대인 감태준(甘泰俊)으로 바통이 넘겨졌다.지금이야말로 창립당시의 순수문학을 재생시켜야 할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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