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地圖>문학 13."현대문학"의 문인들 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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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작가 박양호(朴養浩)씨는 『현대문학』 77년10월호에 단편 『미친 새』를 발표한다.
양계장에서 부화된 병아리들은 얼마쯤 지나 선별돼 따로 약병아리로 키워진다.그 약병아리들 틈에 특이한 병아리 한 마리가 들어와 『우리는 원래 창공을 훨훨 날았던 새』라고 주장한다.그 창공을 날 권리를 달라며 병아리들이 단식투쟁을 벌 인다는 우화소설이다.
물론 유신 치하 긴급조치법 등으로 꽉꽉 막힌 말문을 우화적으로 튼 것이다.이 작품 발표 며칠 뒤 朴씨는 출근길에 서대문경찰서로 잡혀간다.
사흘간 신문을 받은 朴씨는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대문교도소에 갇혔다 20일만에 풀려난다.이리저리 뒷조사를 해보니 운동권도 아니고 또 소설가 유주현(柳周鉉)씨와 시인 구상(具常)씨가 관계기관에 朴씨의 신원을 보증해 줘서다.
『현대문학』에 작품을 발표했다 필화(筆禍)를 당한 사람은 朴씨뿐이 아니다.조세희(趙世熙)씨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출간 5년만인 83년3월 야심차게 『시간여행』을 연재하다 서둘러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비판적인 대학생 딸과 어머니의 상반된 시각으로 70년대로부터거슬러 고려말까지의 역사와 한을 살피려던 이 작품 첫 회가 발표되자 당국은 당시 편집장 감태준(甘泰俊)씨를 잡아 이런 「불순한 의도」의 작품이 실리게 된 시말서를 쓰게 했다.결국 작품을 부드러운 분위기로 이끌도록 한다는 조건으로 풀어주었다.
이에 趙씨는 갖은 우화.상징적 기법으로 끌어보려다 『구역질이나 못 쓰겠다』며 3회만에 중단하고 기나긴 절필 상태에 접어들었다.유신과 5공의 군사독재는 진보적 참여문학은 물론 보수적 순수문학의 본산 『현대문학』에도 검열의 칼날을 들이대며 문학의기법조차 왜곡시켰던 것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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