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투표용지 인주도 마르기 前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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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한국당이 잔치 분위기다.무소속과 야당 당선자들이 연일 입당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표용지 인주도 채 마르기 전에 당적부터 바꾸는 이런행동에 불쾌감부터 앞서는 것은 기자만의 심정일까.
벌써 신한국당에는 무소속 당선자 2명이 입당했다.다음주에는 무소속 당선자 4~5명,민주당 1명,자민련 2~3명이 입당할 것이라고 신한국당 관계자는 자신하고 있다.
15대 국회를 개원할 때까지 확실한 여대야소(與大野小)로 만들어놓겠다고 한다.
무소속 당선자 가운데 『공천을 못받았지만 당선되면 당에 들어가겠다』고 공언한 사람은 거의 없다.3金정치를 비난하고 당선된사람들이다.
한 무소속 당선자는 선거 당시 『신한국당에는 안간다』고 주민들에게 약속까지 했다.당적을 가질 때는 주민 공청회를 열겠다고까지 했다.그 당선자는 며칠전 환하게 웃으며 신한국 당사에 들어섰지만 공청회 얘기는 오간데 없다.
그나마 무소속 당선자는 우리 정치 행태상으로 설 자리가 별로없다는 점에서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신한국당을 비판하고 당선된 야당 당선자가 등원도 하기전 당을 옮기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주민들이 투표할 때는 인물도 인물이지만 정당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었다.선거후 한달도 되지않아 정당 성격이 갑자기 달라질리 없다.
그러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입을 다문 것도 아니다.『이 당은 나와 이념이 다르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라고 항변하는 데는혀를 내두를 뿐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들이 둥지를 옮기는 배경이다.야권은 『부추긴 정도가 아니라 압력.회유로 공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선거직후 『죽어도 신한국당은 안간다』던 한 야당 당선자는 며칠전부터 『고민스럽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검찰이 선거법 위반을 문제삼고 있다는 것이다.그는 다음주 신한국당에 들어간다는후문이다.
불행히도 이게 사실이라면 문민정부의 도덕성은 큰 손상을 입게될 것이다.
여당 사무총장은 『야당은 우리당 탈락자들을 빼가 선거하지 않았느냐』고 당당하게 말했다.공천 탈락자들이 야당을 기웃거릴 때비난했던 논리는 잊어버린 모양이다.유권자 선택은 없어지고 정략과 야합만 남은 셈이다.
이 때문에 정국이 또다시 혼란스러워져 국민들에게 부담이 몽땅돌아간다해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다.21세기를 앞둔 선진정치는 꿈속의 얘기다.
김진국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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