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그루지야의 무력 충돌이 발생한 8일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총리가 활발한 정치·외교 행보를 보이며 주도적으로 전쟁을 이끈 데 반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푸틴 실권론’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은 12일 1990년대 말 대통령 권한 대행 겸 총리로서 러시아 연방에서 독립하려는 체첸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푸틴 총리가 다시 메드베데프를 제치고 그루지야 전쟁을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무력 충돌이 발생한 8일 베이징 올림픽에 참석하고 있던 푸틴은 함께 있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과 그루지야 사태를 논의하면서 적극적인 외교를 펼쳤다. 그는 개막식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교전 지역과 인접한 러시아 영토 북오세티야로 날아가 군 장성들로부터 전황을 보고받고 난민 지원 대책 등을 지시했다. 하지만 군 통수권자인 메드베데프는 크렘린궁을 벗어나지 않았다. 푸틴은 또 10일 메드베데프에게 북오세티야 방문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군 검찰이 그루지야의 인종 학살을 조사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메드베데프는 “그렇게 명령을 내리겠다”고 답했다. 누가 대통령인지 누가 총리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최근 러시아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누가 국정을 장악하고 있다고 보는가’란 질문에 응답자의 36%가 푸틴을 꼽았다. 메드베데프라고 답한 응답자는 6%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국방과 외교 분야에서까지 푸틴의 역할이 두드러지면서 메드베데프는 ‘의전용 대통령’이라는 인상이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철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