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승리 뒤에는 누군가의 눈물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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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금메달 시상대 위에서 제자는 활짝 웃었지만 스승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태환이는 내 인생이고 꿈”이라던 노민상 수영대표팀 감독 얘기다. 그는 선수 시절 올림픽 메달은커녕 국가대표 자리도 따낸 적이 없다. 그러나 외국 서적으로 독학하면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그는 명감독으로 거듭났다. 일곱 살 무렵 박태환 선수를 운명처럼 만난 이후 12년간 “내가 할 수 없었다면 내 선수가 하면 된다”며 어린 제자의 조련에 집념을 불살랐다. 그리고 마침내 꿈은 이루어졌다.

금메달과 은메달을 연이어 획득하며 대한민국의 수영 역사를 다시 쓴 박 선수에게 온갖 갈채가 쏟아지고 있다. 스물도 채 못 된 청년이 엄청난 중압감을 극복하고 세계 일류 선수들과 당당히 싸워 이겼으니 그 어떤 찬사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박 선수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지구력을 길러준 사람이 바로 노 감독이다. 제자의 성공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스승이 아니었던들 ‘국민 영웅 박태환’은 태어나지 못했을 터다.

올림픽 6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 여자 양궁팀의 쾌거에도 암 치료까지 미루며 선수들을 이끈 문형철 감독의 투혼이 숨어 있었다. 대표팀 감독에 발탁된 뒤 갑상선암 3기 판정을 받은 그는 자칫 큰일을 앞둔 선수들이 흔들릴까 싶어 주위에 투병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 올 1월 수술 후 남은 치료는 연기한 채 오직 올림픽 준비에만 전념해 왔다고 한다. ‘우생순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여자 핸드볼팀의 임영철 감독 역시 지난달 말 부친상을 당한 슬픔은 내색조차 하지 않고 “금메달도 문제 없다”며 선수들 사기를 북돋우기에 여념이 없다.

올림픽이란 무대 뒤엔 스포트라이트조차 받지 못하고 묵묵히 제 몫을 다하는 감독·코치·스태프들이 수없이 포진해 있다. 이들이야말로 온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한 잇따른 승전보의 숨은 주역들이다. 메달을 딴 선수들 못지않은 스포츠 영웅들이다. 이들의 헌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 주자. “당신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