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제과 직원20여명 '딸딸이 클럽' 모임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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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어느 날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은 내 의지,내 능력의 결과는아니었다.신께서 내린 지상 최대의 특혜일 뿐이다.』(클럽 헌장1장1절) 딸만 낳아 기르는 것을 신이 준 특혜로 여기는 모임이 있어 화제다.동양제과㈜ 사내 모임인 「딸딸이 클럽」.딸 2명을 키우는 직장인 아버지들의 모임이다.
딸만 줄줄이 낳은 차장급에서 대리.평사원에 이르기까지 30대후반~40대 초반 20여명이 90년2월부터 술잔을 기울이며 자연스레 만나다 보니 클럽까지 만들어 헌장도 뒀다.
회원 자격은 엄격하다.일단 아들이 없어야 한다.
딸 한명은 예비회원,딸 둘이면 정회원이고 쌍둥이 딸 아빠는 특별회원으로 분류된다.회원간 차등은 없지만 아들을 낳은 회원은탈퇴해야 한다.지난해 가을에도 모임에 열성적인 회원 한명이 소리소문없이 늦둥이 아들을 봐 클럽에서 쫓겨났다.
초등교 4학년과 일곱살된 두 딸이 있는 영업기획부 이형진(李衡鎭.37)대리는 『성감별까지 해서라도 자신의 성(姓)을 보존하겠다는 사회통념에서 이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서 모임을 만들었다』면서 『자식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고 말했다. 모임활동은 주로 딸을 막 낳은 사원이나 그 부인을 직접 찾아가 이들이 죄스러움이나 위축감을 갖는 것은 잘못이며 딸을 키우는 장점이 크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아들이라면 통일후 군대 면회를 위해 백두산까지 가야될지도 모른다』『아들 자식에게 맞아 죽었다는 말은 있어도 딸자식은 그렇지 않다』는 말이 주로 사용된다.
또한 회원들은 자식에게 기대지 않고 노년을 서로 의지하며 보내기 위해 전원주택을 구입할 돈을 모으고 있으며 올해부터 회비로 소녀가장들에게 지원할 계획도 갖고 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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