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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보수정권의 최대 적은 부패한 자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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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나라당 유한열 상임고문이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국방부 납품을 알선해 주겠다며 브로커들과 함께 6억원을 챙겼다고 한다. 대통령의 처형이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해주겠다며 30억원을 받은 사건에 이어 터진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 사건이다.

알려진 내용만으로도 한나라당은 한심하다. 상임고문인 유씨 외에 연루된 세 사람이 모두 한나라당 주변 사람들이다. 피해자가 진정서에서 밝힌 그들의 직함은 ‘한나라당 대통령선거 중앙대책위원회 직능정책본부 유관 단체위원회 수석부단장’ ‘제17대 대통령 후보 정책특별보좌역’,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총재를 지낸 적이 있는 한 비정부기구(NGO) 상임부총재다. 그 NGO 단체의 현재 총재는 대통령 부인의 사촌 조카다.

과정도 전형적인 권력형 사기다. 이들이 활동을 시작한 시점은 대통령선거 직후, 아직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부터다. 국방부에 납품을 희망하는 업체의 대표에게 “실력자에게 로비해 성사시켜 줄 테니 돈을 달라”며 수차례에 걸쳐 돈을 받았다. 그리고 실제로 현 정권의 실력자인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에게 로비했다.

대통령선거와 정권 출범 과정에서 한나라당 주변에서 무슨 위원이니 보좌역이니 하는 이름을 걸고 활동한 사람이 수천 명에 이를 것이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정권교체에 기여한 보상을 당연시하는 현실이다. 이번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로비에 실패하고, 실패할 경우 돌려주기로 각서까지 써놓고선 돈을 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공한 로비, 혹은 실패했지만 돈을 돌려주었기에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비리는 없었을까.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는 것은 검찰의 몫이다. 그러나 또 다른 비리의 가능성을 의심하는 국민의 불신을 풀어주는 것은 한나라당의 몫이다. 사기 전과자인 이번 사건의 연루자들처럼 부패한 인사들을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제도적 차원에서 정부·여당 내 정책결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 보수 정권의 가장 큰 적은 부패한 자기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