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우副위원장 '수출지향' 밝힌 속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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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 예정에 없던 기조연설을 자청한김정우부위원장이 「북한의 대외경제정책」주제발언에서 획기적 방향전환 의사를 밝힌 것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그의 발언은 한마디로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주체경제의 한계 를 인정하고 대외경제협력을 통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수출지향적」 경제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또한 외국기업들의 대북투자 및 교역증진을 위해 각종 법률제정,사회간접자본 투자 등 교역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설명이다.金부위원장은 지난주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된나진.선봉지역 투자를 위한 다자간 회의에 북측대표로 참석한 바있는 북한 대외경제정책의 공식 메신저로 알려져 있다.
홍수피해 이후 북한의 경제난,비무장지대 무시행위,한.미정상의한반도 평화 4자회담 제의,베를린에서 방금 막내린 북.미 미사일회담 등 북한에 대한 외부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시점에그의 이같은 발언은 상당한 복선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액면 그대로라면 북한이 경제회생을 위해 체제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 발언은 장래의 희망을담은 하나의 제스처로 볼 수도 있다.
한편 이번 행사의 오찬연설은 북한을 방문한 적 있는 빌 리처드슨 미하원의원이 했다.
또 미국내 북한경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행정부.의회.학계.연구원측 인사들이 대거 참석,이번 회의가 학술회의임에도 불구하고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근거없는 것이아님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와함께 북한경제에 대한 워싱턴내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외경제정책을 책임지는 金부위원장을 단장으로 6명의 관리가 워싱턴에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있는 것으로 현지에서는 보고 있다.
이번 회의는 조지 워싱턴대 동북아연구소 김영진소장이 이달초 평양에 머무르며 金부위원장과 직접 논의끝에 성사시켰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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