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한반도 공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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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수학 공식(公式)은 흔히 「푼다」고 한다.답이 딱 떨어지는 산술이 그렇다.공식(formula)의 참뜻은 「문제를 생각하는방식」이다.현실세계에서 「2+2」는 반드시 「4」가 되지 않는다.양자(兩者)간에,다자(多者)간에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키는 국제문제의 경우 더욱 그렇다.
한반도문제는 남북한 두 당사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데 그 고민이 있다.「한반도 방정식」에서 주한미군은 중요한 변수(變數)다.주한미군은 북한의 침략 억지를 넘어 러시아와 중국,심지어일본의 군비확장을 견제하는 목적까지 지닌다.「한 국민이 원하는한 주둔시킨다」지만 한국이 나가라고 해도 주변의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군대를 빼기 곤란한 것이 미국 입장이다.
한반도는 지금도 「기술적으로」 전쟁상태다.정전협정의 서명 당사자도 북한.미국.중국 3자다.한국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운 현실상황이다.
한반도문제 해결방안으로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91년 「2+4」공식을 제시했다.유럽식 신뢰구축 조치의 한반도 적용이다.남북한 두 당사자가 대화와 상호군축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미국.
러시아.중국.일본 등 주변 4강국이 긴장완화와 남 북간 대화촉진을 돕는 방식이다.그러나 북한과 중국의 반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만 고집하고,한국을 제쳐놓은 미.북한간 대화를 한국은 한사코 반대한다.
이번에 한.미(韓.美) 양국이 공동제안한 4자회담은 「2+2」가 아닌 그냥 「4자회담(four-way talks)」이란 점이 특이하다.미국측 배경설명에 따르면 한국이 남북한 대화촉진을 위해 남북한과 미국의 3자회담을 미국에 먼저 제의해 왔다.
미국은 중국의 참여가 극히 도움이 된다며 중국을 포함시켰다.
북한측은 발표 이전에 미국으로부터 제의내용을 통고받았다.성사과정은 「3+1」이고 그 「3」의 구성을 놓고 다른 해석의 여지도 없지 않다.
우리쪽에선 사실상 「4-2」라는 기이한 해석도 등장했다.북한과의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을 이용한다는 뜻으로 이해는 된다.가장 큰 미지수는 북한이다.미국은 주요변수고,더구나중국은 상수(常數)에 가깝다.이들의 값을 뺄 경 우 방정식의 해답은 나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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