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 마당

위험한 경운기 음주 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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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다시 들녘에 생기가 도는 계절이 왔다. 겨우내 한적했던 농로에는 경운기.트랙터 등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깊게 파인 농군의 주름살에 맺힌 땀방울은 벌써부터 황금 들녘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이 무렵은 농기계에 의한 교통사고가 연중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피곤에 지친 가운데 들녘에서 마시는 막걸리 한 사발은 실로 꿀맛이 아닐 수 없지만, 술이 깨기도 전에 오토바이와 농기계를 그대로 운전하며 도로로 진입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도로폭이 편도 1차로에 불과한 대부분 시골 도로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음주 상태에서 농기계를 운전하는 것은 자칫 치명적인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땅을 일구는 것을 평생의 보람으로 삼아온 우리네 농부들의 잠깐의 흥취가 한순간에 비극으로 바뀌는 현실을 종종 보면서 실로 가슴이 아팠다. 농촌 지역에선 마을 방송 등을 통해 영농철 들녘 음주의 위험성을 널리 홍보해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분위기가 확산돼야 할 것이다.

조진우.전남 순천시 조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