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反시장주의' 걱정부터 없어져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열린우리당에 대해 "총선 이후 시장경제원칙에 반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이런 대내외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집권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줄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측의 기업관과 정체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해외 언론 등에서는 한국의 정책이 '왼쪽'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강조하는 경제개혁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나눔과 배려'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우선순위다. 우리 경제현실에서 무엇을 먼저 해나가는 것이 나라 전체에 유익하냐의 문제다. 집권 여당이 '분배'를 강조하고 나서지 않더라도 당이 가지고 있는 진보 이미지와 민주노동당의 약진으로 말미암아 그 이미지만으로도 반(反)시장주의, 반기업적 정책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의심이 나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러한 이미지가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우리가 언제 반시장주의.반기업적인 말을 했느냐"고 불만을 말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시장주의나 친(親)기업주의적 원칙을 강조해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선거가 끝나면 정국의 불확실성이 사라져 투자환경이 좋아질 것이라는 게 일반 예측이었으나 경제 분위기는 아직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불안한 심리를 방치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심리가 사라지지 않는 한 경제는 결코 회생될 수 없다. 우리 경제는 수출만 반짝할 뿐 내수와 투자는 극도로 위축돼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원자재난과 자금난이 겹쳐 신용불량자 사태에 이어 '중소기업발(發) 금융위기'걱정도 나오고 있다.

지금은 경기회복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 때다. 이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목소리를 합해 '시장경제원칙을 존중할 것'임을 보여야 한다. "성장과 고용 해결이 우선"이라는 경제부총리의 말에 여당이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