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최도술씨 憲裁증언 거부 옳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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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과 관련해 어제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증언을 전면 거부함으로써 헌재 심리가 차질을 빚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헌재의 조속하고도 원활한 사건 심리로 탄핵 정국이 하루 속히 매듭지어져야 한다는 게 국민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崔씨는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신분이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리한 진술이나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헌법상 진술거부권이 있고 형사소송법도 자신이나 근친자의 형사 책임에 관한 증언의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가 증인선서까지 마친 상황에서 증언을 전면 거부한 것은 잘못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崔씨가 증인으로 채택된 것은 세 가지 탄핵 사유 가운데 하나인 대통령의 측근들 비리와 관련이 있다. 그는 대선을 전후해 기업체 등에서 16억3000여만원을 받은 혐의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데 이어 특검 수사에서 4억9000여만원 수수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다. 더구나 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그는 대선자금 3억원을 총선용으로 은닉했다가 검찰 수사 직전인 지난해 8월께 盧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증언을 거부했으니 헌재로선 수사기록 등을 통해 진실을 파악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탄핵심판 사건이 어떤 사건인가.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런 만큼 증인으로 채택된 측근들은 이번 사건 심리가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盧대통령이 탄핵 심판대에까지 오르게 된 데 대해 측근으로서 일말의 책임을 지는 자세이자 대통령을 돕는 길일 것이다. 설사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하더라도 증언을 전면 거부할 게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사항만 답변을 거부하면 될 것 아닌가. 혹시라도 총선 결과에 고무돼 헌재 심리 자체를 가벼이 본다거나 고의로 심리를 지연시키려 한다면 이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