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입장보다 다소 진전 北,4자회담 현실성 검토 속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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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이 18일 한.미 양국이 제의한 4자회담의 「현실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첫 공식 반응을 보여 4자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다소 높아졌다.그러나 북한의 반응은 수용여부를 분명히 하지않은채 단지 「검토중」이라는 정도의 유보적인 것 이어서 4자회담 성사를 단정하기는 아직 무리다.미국은 한.미 정상의 공동제의가 있은 지난 16일부터 현재까지 북한과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며 북한을 설득중인 것으로 전해져 성사가능성은 한결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북한외교부대변인은 이 날 조선중앙통신과의 회견에서 『우리는 4자회담 제안이 현실성이 있는지 따져보는 중』이라면서 『현시점에서는 더이상 논평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6일 한.미 공동제의 직후 러시아주재 북한대사 손성필(孫成弼)과 태국주재 대사 이삼로(李三魯)가 밝힌 부정적입장보다는 다소 진전된 것이다.
특히 외교부대변인 표현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고 한 대목은 4자회담을 통해 자신들이 주장해온 북.미간 평화협정이 체결될 가능성을감지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따라서 북한은 최소한 수정제의를 통해서라도 4자회담을 완전 거부하지는 않는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와 정반대의 분석도 가능하다.예컨대 외교부 대변인은 4자회담의 주체에 대해 『클린턴의 제의』라고만 밝히고 공동제안자인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회피했다.이는 북한이지금까지 평화협정 체결의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 며 남한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주장해온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또 북한의 첫 공식반응이 외교부 대변인의 논평을 통하지 않고조선중앙통신과의 회견형식을 취한 것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조선중앙통신은 내부에 알려지지 않는 대외용이기 때문이다.다만미국과 관계개선을 추진중인 북한으로선 미국 대 통령이 무게를 실어 제의한 것을 즉각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특히 미국과 미사일회담이나 유해송환회담으로 단독으로 거리낌없이 만날 수 있는 틀이 마련된 마당에서 4자회담에 응할 가능성은 크 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결국 북한의 속마음이 무엇인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같다.
김성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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