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日 신안보 동맹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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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7일 발표된 미.일(美.日)신(新)안보공동선언은 미.일 신안보동맹체제의 출발인 동시에 동북아 안보질서의 일대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미.일 신안보동맹은 미국이 냉전종식후 독자적 안보체제를 모색해온 일본을 안보동맹에 묶어두고,동북 아에서 미국의 우위(優位)를 유지하려는 목적에서 나왔다.일본의 입장에선 한반도긴장.중국의 군사대국화.극동러시아의 군사력 잔존 등 불안요인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미국이라는 강력한 안보협력자를 필요로했다. 신안보동맹의 밑그림은 조지프 나이 전(前)미 국방차관보가 입안한 「나이계획」이다.「나이계획」의 골자는 미국이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10만병력을 전진배치하는 한편 일본을 안보파트너로 끌어들이는 것이다.「나이계획」은 지난 해 미국의 동아시아전략보고와 일본의 신방위대강으로 구체화했으며,이번공동선언으로 완결을 본 것이다.
미.일 신안보동맹체제 등장에 대해 주변국들의 반응은 민감하다.군사대국으로 변신할 일본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우선 큰 문제다.특히 중국은 미.일 신안보동맹이 1차적으로 중국을 노린것으로 보고 있다.중국은 이에 대처하기 위해 아 시아에서 영향력 회복을 노리는 러시아와 관계개선을 꾀하고 있다.오는 24일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중국방문은 이같은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미.일 신안보동맹체제의 출현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함께 가지고 있다.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로선 유사시 두 나라의 효과적 지원이 필수적이지만,일본의 군사대국화와 함께 일본에의 안보종속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아울러 한반도를 무대로 미.일과 중.러의 대립구도가 설정됐을 때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다.
미.일 신안보동맹체제의 출발은 이처럼 우리에게 커다란 외교적과제를 부과하고 있다.동북아 국제정세의 급격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외교.안보적 역량을 시급히 갖추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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