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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후주목해야할사람들>3.김윤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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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윤환(金潤煥)신한국당대표는 15일아침 자택에서 머리를 정성스럽게 손질했다.선거를 마친 뒤의 여유가 역력했다.안방 문을 열고 나오더니 대뜸 기자들에게 『「김윤환이도 (당선)안된다」고하고 다닌 사람이 누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특 유의 싱글벙글웃음을 짓더니 말이 빨라졌다.개표 결과 경북의 승률이 58%(19석중 11석)인 것을 들어 『이만하면 선전(善戰)아이가(아니냐의 사투리)』고 힘줘 말했다.
무소속 당선자중 김일윤(金一潤).권정달(權正達)씨가 선거기간중 자신을 「팔고」다녔다는 이야기도 전했다.무소속 영입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허주(虛舟.金대표의 아호)는 이날 중요한 승부수를 하나 던졌다.기자간담회의 핵심은 자신의 거취 문제였다.대표직 유임여부를 대통령에게 일임하겠다고 밝혔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폭넓은 정국운영구상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는 명분아래.
그가 자신의 거취 문제를 먼저 꺼내고 나선 것은 순수하게 金대통령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뜻이 일차적일 것이다.
그러나 개인 입장으로 돌아가 보면 자신의 신상 문제를 일찌감치 풀어놓고 다음 정국에 임하려는 뜻이 더 커 보인다.
그가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차기 대권이다.먼저 자신의 진퇴 문제를 대통령에게 묻고,대통령이 재신임을 해준다면 당 대표로서의 유리함을 안고 대권가도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이다.
그런 의중은 『총선 결과는(중진중)누가 특별히 잘한 것도 아니고 못한 것도 아니다』는 말에서 드러난다.「이회창(李會昌).
박찬종(朴燦鍾)씨라고 특별히 잘한 게 없는데 과연 金대통령이 그중 특정인을 싸고 돌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다.
허주가 현 국면을 낙관하는 또다른 이유는 신한국당의 의석 수에 있다.현재의 1백39석으론 원내 안정적 운영이 어렵다.무소속.민주당을 대부분 영입해 1백65석이상을 확보하지 않는 한 야당과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해야 한다.더군다나 여당내에서의 이탈이 있어서는 안된다.이탈이 있다면 민정계일 것이고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야권의 두 金총재가 잠재적 대권상대자인 이회창체제를 놔둘리 없고,관리자형 대표로는 깊은 대화가 안된다는 게 허주캠프의 판단이다.
그러나 金대통령이 이런 허주의 구상에 대해 동조해준다는 보장은 아직 없다.당내 타 주자 진영에서는 『金대표 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특별히 잘한 것도 없는 데 당 대표라는 이점을 계속 독점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게 경쟁자들의 주장이다.
金대통령으로서도 모든 중진,잠재적 대권 주자들이 이렇게 나오면 흔들릴 지 모른다.허주 감싸기도 중요하지만 다른 중진.주자도 보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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