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 기숙사 짓는 게 부동산 투자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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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외국인 투자기업인 A사는 종업원들이 변두리 거주를 싫어하자 구미시 도심에 사원용 기숙사를 지었다. 기숙사는 사업용 재산이라 조세특례제한법에 의해 지방세(취득세·재산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그러나 A사 관계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찾았다가 당혹스러운 일을 당했다.

지자체 담당자가 “도심에 위치한 기숙사는 부동산 투자(일반 건물)로 봐야 한다”며 세금 면제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한 것. 사업용 재산의 범위를 넓게 봐야 한다는 법원 판례가 있는데도 명확한 규정이 없어 이처럼 지자체 담당자에 따라 해석이 다른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해 6월 경기도 동탄 신도시가 지정되면서 그곳 17개 외투 기업이 강제 이전을 했다. 공장을 준공한 지 불과 1년밖에 안 된 B사는 연관 업체와 지하로 파이프를 연결해 원료를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사업에 큰 문제가 생겼다.

이 회사는 본사에 “신도시 개발 정책이 단기간에 결정됐고 결정 과정에서 기업 활동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한국 정부의 정책은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보고했다.

외국계 유통회사인 B사는 건축 허가를 받고 대형 할인점을 완공했다. 그러나 이후 해당 지자체 담당자가 영세상인 보호와 교통혼잡을 이유로 영업허가를 한참 동안 내주지 않아 수십억원의 손실을 봐야만 했다.

외국 투자기업들은 한국에서 기업 활동을 하면서 조세 문제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KOTRA 외국인투자 옴부즈만 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국내 외투 기업이 접수한 360여 건의 고충 가운데 조세와 관련된 내용이 전체의 17%에 달했다. 외국인 투자 기업들은 ▶세무조사 기간의 불합리한 연장 ▶세무행정의 일관성 결여 ▶국제 조세 제도와의 차이 ▶권위적인 세무조사 관행 등을 문제점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투자인센티브(11.4%) ▶투자 절차(10%) ▶관세 무역(9.5%) 등과 관련된 고충이 많았다.

안충영 외국인투자옴부즈만은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 중 재투자 비율이 절반을 넘어선 만큼 신규 투자 유치도 중요하지만 이미 진출한 외투 기업이 만족할 만한 경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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