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방송출연기>KBS"백만인의 퀴즈" 최홍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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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지금부터 30여년전 흑백TV가 있는 집이 바로 동네사랑방이던64년 봄.
TV방송국도 남산KBS 하나뿐이던 시절 주1회 방송되던 『백만인의 퀴즈』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출연하고 싶어했을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한양대 신문학과 신입생으로 평소 일반상식에 자신있던 나는 옆집에서 TV를 보다가 한번 나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출연에는 여자 파트너가 필요했다.당시 인천에서 서울까지 기차로 통학하던 나는 차안에서 자주 얼굴을 마주치던 복사꽃같던 소사여고 여학생을 기억해냈다.
주위에서 말 잘하고 잘 웃긴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별 어려움없이 그 여학생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바로 승락을 얻어냈다.
이어 방송국을 찾아가 시험을 보고 옆집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돌아온지 1주일 드디어 출연 통보가 왔다.
방송국으로 가는 길에 우리는 연인인 것처럼 하기로 미리 짰다. 장기자랑을 해보라는 아나운서 말에 나는 「미국의 소리방송」아나운서 멘트를 천연덕스럽게 흉내내 박수를 받았다.
당시 퀴즈프로는 지금처럼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닌 말로 소리치는 것이었다.두 팀이 대결해 진 팀은 떨어지고 이긴 팀은 계속 올라가는 방식으로 우리는 두 팀을 이기는 데 만족해야 했다. 요즘처럼 출연만해도 상품을 주는 것이 아닌 출연자체를 고마워하는 분위기였기에 선물생각은 꿈도 못꿨다.
방송일을 기다리는 1주일이 왜그리 긴지….방송일이 되자 TV가 있는 집에 쇠고기 두 근을 사가지고 찾아가 동네사람들과 TV만 지켜보았다.내가 TV에 나타나자 주위에 모여있던 사람들은박수를 치고 박장대소.비디오,아니 사진기라도 있 었으면 평생 추억이 될 수 있었을텐데….
그때의 아나운서,뒤에서 노래를 불러주었던 가수 성재희씨,그리고 특별히 출연해준 그 여학생은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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