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대 총선 민주당 지도부 몰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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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당(黨)도 참패했고 지도부도 전멸했다.
민주당 이기택(李基澤)상임고문,김원기(金元基)공동대표,홍성우(洪性宇)수석최고위원등 당내 3계파의 수장(首長)이자 당간판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갔다.이철(李哲)총무도 고배를 마셨다.
3金청산을 기치로 3金에게 도전장을 냈지만 여전히 높은 3金벽에 부딪쳐야만 했다.
이기택고문은 개표가 막 시작된 11일 오후6시40분쯤 당원들에게 행선지를 밝히지 않은 채 부산해운대-기장갑 지구당사에서 모처로 떠나버렸다.당원들에게 『걱정말라』고 위로하는 여유를 보이긴 했지만 그의 표정은 담담하면서도 어두웠다.
부산출마냐,포항출마냐를 놓고 고민하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정치적 고향 부산에서 출사표를 던진 李고문은 선거내내 격차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총선에서 당선돼 내친 김에내년 대권도전에의 의지까지 불태웠던 그지만 이 제 대권은 고사하고 정치적 위기에 몰리게 됐다.한 측근은 『지역구에서 낙선한마당에 내년 대권도전도 어렵게 됐다』면서 『이제 李고문은 한 2~3년 정치를 쉬면서 재기를 모색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는 김원기대표도 마찬가지였다.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와 결별,무명의 윤철상(尹鐵相)국민회의후보와 전북정읍에서 사투를 벌였지만 자존심이 여지없이 구겨졌다.그의 「전북홀로서기」는 「정치운명 홀로서기」로 방향을 틀어야할 처지에 놓이 게 됐다.
이날 정읍에서 마포당사로 상경한 그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참담한 표정으로 『할 말이 없구먼』이라고 심경을 밝혔다.그러면서『아직 현실이 우리당의 대의명분과 도덕성을 받아주지 않아.내일당원들 위로나 해줘야겠어』라고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홍성우최고위원의 패배로 그에 대해 폭넓은 신망을 보이고 있는당내 개혁세력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변했다.洪위원은 불편한 심기를 애써 감추려하지 않았다.그는 『충격적이다.꼭 강남갑뿐만 아니라 서울지역 전체에서 우리당 스타급 의원들마 저 떨어진 결과에 대해 정말 더이상 할 말이 없다』고 패배를 시인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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