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호주선 투표안하면 벌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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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안개가 자욱이 깔린 것같아요.총선만 다섯번째인데 이런 선거는 처음이에요.도무지 유권자의 마음을 알 수 없어요.합동연설회에도 자발적인 청중은 2백명도 채 못될 겁니다.』(서울의 신한국당 L후보) 오늘로 4.11선거도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이번선거를 후보들은 「안개선거」「냉담한 선거」라고 입을 모은다.
합동연설회의 평균청중도 14대때 4천2백명에서 2천5백명으로뚝 떨어졌다.
유권자들이 연설회장에 가지 않는 정도는 약과다.연설이 시끄럽다고 베란다창문을 닫는가 하면 가두에서 열을 올리는 후보에게 시큰둥하기 일쑤다.
아파트우편함에 쌓인 홍보물.선거공보는 막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않다.
이렇게 차가운 분위기 때문에 11일의 투표율이 역대 최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선관위와 여론조사전문가들은 사상최초로 70%아래로 미끄러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12~14대를 관통했던 선거의 뜨거운 파워를 알지 못하는 20대 신세대들은 더욱 투표를 외면할 것으로 보인다.
14대때도 그들의 투표율은 56.8%.11일은 화창한 봄날씨라고 하니 20대의 투표외면율은 더욱 높아질지 모른다.
기권자들,특히 젊은이들은 『투표는 자유』라 하고 아예 『기권도 의사표시의 하나』라는 주장도 한다.
다른 나라 얘기지만 호주의 경우 18세이상은 의무적으로 투표에 참가해야 한다.기권하는 사람은 최고 3만원까지 벌금에 처해진다. 지난 3월 호주총선거의 투표율은 96.1%였다.93년 선거에서도 기권해 벌금을 문 유권자는 2만4천여명에 불과했다.
벌금이라 해도 최고 3만원 정도라 벌금이 무서워 억지로 투표한 이는 적을 것이다.
주한 호주대사관 정치과의 모리슨서기관은 『우리는 투표를 명예로운 권리로 생각한다.무엇때문에 특권을 포기하는가』라며 투표예찬론을 폈다.
군사독재가 사라지고 사회구조가 많이 바뀐 지금,대중적 변혁운동이나 학생운동은 상당부분 파워와 효력을 상실했다.그에 비해 선거는 사회를 개선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의 하나로 계속 남아있다. 정치의 질을 높이고,사회를 향상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투표에 임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김진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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