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시교육청과 전교조가 맺은 단체협약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2004년 체결된 단협은 위법적 요소가 많고 교육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그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그 단협에 대해 학교 현장에선 “일일이 전교조 허락을 받아가며 학교 운영을 하라는 얘기냐”는 불만이 많았다. 잘못된 단협 내용을 바로잡기 위해 전교조와 재협상에 나서기로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교원노조법에 따르면 교육청과 교원노조 간 단협은 조합원 교사의 임금과 근무조건, 후생복지에 관한 사항만 다룰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범위를 벗어나 교육정책에 간섭하는 내용이 수두룩하다. 단협 38조는 표집학교만 학력평가를 실시하고 평가 결과는 공개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교육청이 학력진단평가 확대와 학력정보 공개를 추진할 경우 전교조가 단협 위반이라며 물고늘어질 게 뻔하다. 중학교 방과후 학교는 특기적성 교육만 실시하도록 제한하는 조항도 있다. 영어·수학 등 교과 강의도 할 수 있도록 한 정부 방침과 어긋난다. 출퇴근 시간 기록부를 없애도록 규정해 교사가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해도 학교장이 문제삼을 수 없게 했다. 전교조 선생들의 천국을 만들어 주기 위한 단체협약이다.
이는 전교조 측 요구를 당시 교육감이 그대로 수용한 결과다. 이러니 학교 운영이 전교조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도 잘못된 것을 정상으로 돌려놔야 한다. 전교조 등 교원노조가 재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단협 자체를 폐기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공 교육감은 전교조 지지를 받은 후보를 어렵게 누르고 첫 직선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됐다. 앞으로 학력신장·교원평가제·학교선택제 등 교육정책을 놓고 전교조와 사사건건 힘겨루기를 해야 할 처지다. 물론 전교조의 주장이라도 합당하면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 그러나 원칙 없이 전교조에 더 이상 끌려다녀선 안 된다. 전교조의 터무니없는 요구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단협 재협상이 그 시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