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수사권 타령만 하는 선관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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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선관위가 불법선거운동의 현장적발임무를 포기하면 어떻게 공명선거가 이루어지겠습니까.』 『우리는 불법선거운동 사례가 있으면증거만 수집할 뿐 수사권은 없습니다.자물쇠까지 부수고 사무실로들어가 조사할 수야 없는것 아닙니까.』 6일 오전 서울 종로구인사동 D빌딩 707호앞.
이 지역구 야당후보인 A후보의 선거운동원들과 종로구 선관위관계자들이 불법선거운동 현장적발문제를 놓고 몇시간째 옥신각신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다.이날 입씨름은 A후보의 운동원들이 『여당의 B후보가 타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름으로 그의 저서 수백권을유권자에게 발송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확인한 결과 발송자 주소가 B후보의 비밀선거운동 사무실인 D빌딩 707호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선관위측에 현장확인을 요청하면서 비롯됐다.
A후보 운동원들은 그 전날 사무실을 찾아가 수백권의 책이 쌓여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며 「여당측이 한달동안 사무실을 이용하고 있다」는 빌딩관리인의 증언까지 녹음해 이를 증거로 제시했다. 야당측의 이같은 주장에 따라 선관위관계자와 신문.방송카메라기자,야당관계자들이 현장에 도착한 6일 오전 문제의 사무실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야당운동원들은 불법선거운동의 증거은폐를 위해 문을 잠갔다고 주장하면서 열쇠를 부수고라도 현장을 확인해줄 것을 요구했다.그러나 선관위측은 『경찰이 입회하면 모를까 억지로 문을 열고 조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시비가 벌어진 것 이다.
야당측 신고로 출동한 형사들도『총선관련 사건은 선거전담반이 다루어야 한다』며 현장을 떠났다.
뒤늦게 도착한 선거전담경찰도 『이 사건은 이미 경찰에 고발됐으므로 수사과가 할일이지 우리 소관이 아닌데다 압수수색영장이 없어 압수수색이 불가능하다』며 역시 자리를 떴다.
늦게까지 현장에 남아았던 선관위관계자는 『경찰도 못하는 일을우리가 어떻게 하느냐』고했다.야당관계자들은 『증거인멸의 우려가있는데도 현장확인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목청을 높였다. 『여당후보측에 연락해 사무실 문을 열 수도 있는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나 문을 열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진실을 감추면 감출수록 의혹과 불신은 증폭된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문제의 사무실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서울 종로에서〉 문경란 기동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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