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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미니 양주병 수집 손법동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형형색색의 미니 양주병이 아기자기하게 모여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을 연출하고 있는 손법동(孫法東.49.대동국제산업조사연구원 대표)씨의 아파트 거실.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4단짜리 장식장 3개를 빼곡이 채우고 있는 인형.말.전구. TV.신발.
여인 형상의 작은 양주병들은 앙증맞기 그지없다.마치 숲속의 작은 요정들 같다.
『지난 77년 뉴욕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 안이었어요.옆 자리에 앉은 외국 여성 두명이 핸드백에서 작은 양주병을 몇개 꺼내더니 서로 자랑하더군요.보니까 참 예쁘데요.』 그래서 모으기 시작한 미니 양주병이 이제는 3천여개를 헤아린다.그가 「무른 메주 밟듯」1백여개국 「리커 숍(liquor shop.주류판매소)」을 전전한 흔적이다.
중학생때 『김찬삼의 세계여행』에 심취,남미의 이국적 정취를 동경해 대학도 외국어대 스페인.포르투갈어과를 택했던 그인지라 천생 배필격 취미인 셈.특히 18년간 근속했던 한국중공업을 89년 박차고 나와 해외 첨단 건축물 연수를 위한 제반업무를 수행하는 연구원을 차린 것도 수집벽(?)에 큰 보탬이 됐다.『미니 양주병 수집에는 돈이 많이 들지 않아 좋아요.물론 오래된 건 3백달러가 넘기도 하지만 위스키.보드카.테킬라 등 대부분은보통 5~20달러,코냑은 20~30 달러 정도거든요.또 직업상같은 곳을 여러번 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항상 마음이설레요.이번엔 어떤 게 있을까 하는 기대때문이지요.』 이와함께세자녀에게 물려줄 게 생겼다는 것도 또다른 소득이라고 말한다.
세월이 지나도 부모의 체취를 느낄 수 있기 때문.그는 자녀들에게 한가지씩 주기 위해 이집트.중국의 골동품과 본업인 건축관련서적도 수집하고 있다.골동품은 5백점 정도 되고 건축관련 책은1천여권이 넘는다.골동품은 골동품 가게 앞에서 진치고 있다가 시골에서 팔러 오는 사람에게서 직접 사모았다고.수집에 빠지다보니 에피소드도 많다.
『한번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꼬마 양주병 50개를 샀는데 보기 보다 꽤 무거웠어요.다른 볼일이 있어 일행에게 숙소인 로스앤젤레스로 갖다 놓으라고 부탁했어요.돌아와보니 10개 정도가 깨졌더군요.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되돌아 가서 같은 걸 구했어요.』 양주병을 사는데 정신이 팔려 경비행기를 놓치는 통에 발을 동동굴러야했던 알래스카의 기억,돈이 다 떨어졌는데도 「꼭 갖고 싶은」골동품을 사느라 구두와 수영복까지 털어준채 슬리퍼로 귀국했던 이집트의 기억은 그가 죽을 때까지 잊지 못 할 추억들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 막내딸 정은이가 스스로 연필 모으기를 시작한 게 대견스럽다는 그는 『일본 산토리사가 5년전 제가 모은 미니 양주병 디자인을 연구해갈 정도로 산업상 활용도도 높은데 국내 주류회사들은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같 다』고 아쉬워한다. 1.면세점이나 번화한 곳보다 뒷골목 술가게를 뒤져야 한다.그래야만 특이한 걸 만날 수 있다.
2.마음에 드는 걸 만나면 미루지 말고 즉각 사야 한다.
3.일반 양주를 그대로 축소한 것보다 원래 미니 양주로 생산된 걸 골라야 가치가 높다.
4.주종별.나라별로 모은다.
5.깨지기 쉬우므로 여행때 트렁크에 넣지 않도록 한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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