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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 취직하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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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존 김(36·한국명 김상진·사진)은 국제적인 헤드헌팅 회사 ‘하이드릭 앤드 스트러글스’의 금융서비스 부문 대표다. 그는 뉴욕 월가의 속사정을 줄줄이 꿴다. 월가의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사람을 뽑을 때 그에게 자주 의뢰한다. 실제로 젊은 인재들이 그의 주선으로 새 직장을 찾곤 한다. 4월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김 대표는 “한국 출신에게 기회를 주고 싶지만 인력 풀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월가 금융회사들은 어떻게 직원을 뽑나.

“신입사원은 대부분 경영학 석사(MBA) 과정 이수자 가운데서 선발한다. 경쟁률이 높아 서류심사를 통과하기도 힘들다. 서류심사 통과 후엔 더 어렵다. 인터뷰만 10회 이상 한다. 위기대응 능력과 자기 표현력·정신력 등을 본다. 월가는 일이 고되기 때문에 막판엔 정신력에서 승부가 판가름 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어떤 질문을 통해 그런 사람을 추리나.

“답이 없거나 답이 여러 개인 질문을 던지고 3분 안에 답을 내도록 한다. 그리고 다시 3분간 그렇게 답한 이유를 설명하는 식이다. 6분 만에 결론이 나는 셈이다. 나중에 트레이더가 된다면 이런 식의 빠른 결단과 그를 뒷받침하는 논리 구성이 중요하다.”

-능력 외에 필요한 덕목이 있다면.

“여기도 인맥이 중요한 사회다. 아이비리그 출신들이 많아 후배들을 끌어준다. 월가와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뉴욕대·컬럼비아·와튼이 더 유리하다. 요즘엔 이공계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외국계에 배타적이라는데.

“월가엔 유색 인종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인도인은 예외다. 아시아 법인 수장을 거쳐 월가로 입성한 경우가 많다. 그들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인도 대학 졸업생을 바로 끌어오기도 한다. IIT(인도공과대학)는 월가의 인력 공급원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한국 출신은 어떤가.

“아이비리그 출신 교포는 일부 있지만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취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능력 부족이라기보다 요령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 대학에 ‘월가 입성반’을 만들어 월가 인사의 조언을 듣고 교류도 한다면 훨씬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다.”

-회사별로 차이는 없나.

“들어갈 때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일단 입사하고 나면 티가 난다. 리먼브러더스 사람들은 머리가 짧고 흰 셔츠에 푸른 타이를 맨다. 골드먼삭스 사람들은 키가 거의 비슷하다. 월가 사람 100명 중 95명은 외모만 보면 소속을 맞힐 수 있을 정도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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