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영화 미국시장 공략 나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스페인영화가 미국시장 점령에 나섰다.최근 미국에서 개봉된 안토니오 반데라스.멜라니 그리피스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투 머치』(Two Much)는 새로운 스페인계 영화진출의 선두주자라할 수 있다.
미국 인터스코프사와 스페인의 프리사 앤 롤라 필름스가 합작해만든 『투 머치』는 스페인이 처음으로 국제무대를 노리는 야심으로 만들어낸 작품.
스페인영화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국가만으로도 국제무대진출이 용이하지만 『투 머치』를 비롯 해 세계무대를 내다보고 만드는 작품은 요즘 영어로 제작되고 있다.
『투 머치』는 영어로 만들어 스페인에서 개봉할 때 스페인어 더빙을 했을 정도다.영어대사로 하되 스페인적인 맛을 가미하는 영화들을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미국영화사와의 합작으로 할리우드스타들을 기용하는 것도 새로운 추세다.
이런 스페인영화들의 등장은 미국내에서 스페인계 3세대 이민자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에 힘입은 바 크다.이들은 스페인어를 전혀 못하거나 하더라도 매우 서투르기 때문에 모국의 정서를 누리되 영어대사로 된 새로운 스페인영화들을 선호하는 것.게다가 스페인어를 하는 관객들도 갈수록 영화 속에 할리우드 스타와 할리우드적인 요소들이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고 있다.
스페인영화시장의 잠재력은 대단하다.세계에서 스페인어를 쓰는 인구는 3억5천만명.중국어.영어와 힌두어 다음의 대시장이다.2000년이 되면 스페인계 인구는 미국에서만도 3천1백만명에 달할 전망이며 30년 뒤에는 그 두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페인어로 더빙해 스페인에서 개봉한 『투 머치』는 스페인영화사상 처음으로 1천만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올렸다.이는 반데라스와 그리피스.데릴 한나 등 할리우드 스타들을 주인공으로 기용한 것이 성공의 큰 요인이다.
할리우드 제작자들도 미국과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날로 늘어나는 스페인계 관객들을 눈에 띄게 의식하기 시작해 영어 또는 스페인어 영화생산에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반데라스.빅토리아 아브릴 등 스페인출신 배우들과 멕시코 배우 살마 하이엑 등이 등장하는 영화가 늘어나고 있으며 알폰소 아라우.알폰소 쿠아론 등 멕시코감독과 스페인계 또는 라틴아메리카계 젊은 감독들이 미국 저예산영화 쪽에서 활발히활동하고 있다.
미국내에서 스페인계 인구를 겨냥한 영화들의 흥행액수는 94년7개영화에 2천만달러에서 지난해 6편에 9천5백만달러로 엄청나게 불어났다.
이는 미국에서의 현상만도 아니어서 아라우감독의 『라이크 워터포 초콜릿』은 미국에서 2천2백만달러,세계시장에서 3천3백만달러를 벌어들였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