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도전으로 노키아 저물어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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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도전으로 노키아의 황금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자 1면 머리기사로 핀란드의 노키아와 삼성전자의 엇갈린 행보를 보도하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월스트리트저널.CBS.블룸버그 통신 등도 비슷한 논조의 기사를 게재했다.

노키아는 3월 말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이 35%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4%로 세계 3위 업체다. 그런데도 이런 반응이 나온 것은 같은 날(16일) 발표된 두 회사의 1분기 실적이 극명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노키아의 영업이익은 10억9000만유로(약 1조5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삼성전자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조100억원에 달했다.

물론 삼성전자의 실적에는 반도체와 가전의 수익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휴대전화 부문에서도 노키아의 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상승 추세다.

FT는 "노키아가 이제 더 이상 최고의 브랜드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가트너그룹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노키아는 삼성전자로 인해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두 회사 경영진의 자신감에도 차이가 난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2분기 실적이 더 좋을 것으로 보여 올해 목표치를 상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키아의 요르마 올릴라 최고경영자(CEO)는 "신제품이 출시되는 연말까지는 마진을 희생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사들의 분석은 노키아에 더 부정적이다. 런던 소재 노무라증권의 리처드 윈저는 "노키아는 시장 점유율 감소, 휴대전화 가격 하락, 낮은 수익성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CLSA증권의 분석을 인용해 "삼성전자의 올 연간 순이익은 노키아의 44억달러와 미국 컴퓨터 제조업체인 델의 32억달러를 합친 것보다 27억달러나 많은 103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메릴린치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75만원에서 95만원으로 대폭 올렸지만 노키아에 대해선 '매수'에서 '중립'으로 투자 의견을 낮췄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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