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정보통신 구조조정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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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미국은 나눴던 것을 다시 붙이는데 일본은 이제 나누려 한다.그러나 어느 쪽이 바른 방향인지 아무도 모른다.』 정보통신 대국 미국과 일본은 지금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동일한 목표를 놓고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지난 84년 AT&T(미국전신전화사)를 분할하며 장거리와 지역전화사업을 구분했던 미국은 최근그 벽을 헐었다.게다가 통신이 방송사 업을,방송이 통신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은 98년 NTT(일본전신전화사)를 장거리와 2개의 지역전화사로 분할키로 했다.AT&T와 NTT는 우리나라의 한국통신(KT)에 해당한다.당시 AT&T의 분할배경에는 장거리전화의 경쟁격화라는 사정이 있었다.지역전화를 운영하는 회 사가 장거리사업을 하게되면 그 비용을 손쉽게 가입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다고 여겨졌었다.
또 지역전화는 회선망을 늘리는데 거액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경쟁상대가 없는 독점기업인 것처럼 비쳐졌다.여기서 사법부와의 합의로 AT&T는 양사업을 분리하게 되며 떨어져 나온 7개 지역전화사(통칭 베이비 벨)를 포함한 지역전화는 엄 격한 규제에놓이게 됐다.
분할결과는 어땠는가.장거리에서 대기업은 분할 전이나 지금이나AT&T.MCI.스프린트등의 3사체제가 유지되고 있으며,지역전화에서는 대형고객을 상대로 시내망을 우회해 장거리회사에 직접 회선을 연결하는 「CAP」라 불리는 기업과 휴대 전화업자등이 참여하는등 여러 경쟁상대들이 나타났다.주(州)당국이 규제해놓은요금이 실제 비용보다 훨씬 비싸 그만큼 이득이 보장됐기 때문이다.장거리.지역전화는 모두 큰 이익을 챙겼다.그러나 그것은 분할 때문이 아니라 기술혁신에 의한 것이었다.동선(銅線)회선이 광(光)파이버로 바뀌고 디지털 압축기술의 진보로 회선용량이 확대된 것이다.
미정부는 미국내 통신.방송업계의 구조조정을 한 다음 98년부터 해외진출을 가속화한다는 생각이다.이렇게 본다면 다음달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통신협상에서 미국이 들고나올 기본논리가이번 통신법개정에서 강조된 시장개방 문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정보통신산업의 전략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85년 통신사업에서 경쟁을 허용한 일본은 97년 상반기 통신과 방송의 상호진입을 인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법안을 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그리고 98년에 NTT 분할을 우정성은 생각하고 있다.NTT를 지금까지와 같이 독점적 위 치에두었다간 활력을 잃고 미국에 결국 당한다는 위기감을 갖고있다.
AT&T의 사례를 봤으면서도 굳이 분할로 나가려는 것은 그만큼초조해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정부방침이 정치권의 분란,NTT의 저항 등으로 제대로추진될는지 의문이다.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일본 통신산업계도 2000년을 앞두고 대 재편에 들어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곽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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