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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광우병 정정·반론 보도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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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김성곤)는 31일 농림수산식품부가 MBC PD수첩을 상대로 낸 정정 및 반론보도 청구소송에서 “잘못된 광우병 보도 내용에 대해 정정 및 반론을 보도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PD수첩이 다우너소(주저앉는 소)를 광우병에 걸린 소로 단정했다’는 농식품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다우너소 발생 원인은 광우병 이외에 다양하며 ^미국에서 1997년 이후 출생한 소에서 광우병이 발견되지 않았고 ^경기도에서도 매년 600마리의 주저앉는 소가 발생하나 이 중 광우병 소는 발견된 적이 없다는 점 등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고가 후속 보도를 통해 일부 내용을 정정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원고가 청구한 내용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며 정정보도하라고 판결했다.


‘한국인이 광우병 소를 섭취할 때 광우병 발병 가능성이 94%’라는 내용도 정정보도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국인 중 94%가 MM형 유전자라고 해도 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94%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PD수첩이 ‘정부가 특정위험물질(SRM) 5가지의 수입을 허용한 것처럼 보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론보도를 통해 바로잡도록 했다. SRM의 분류 기준을 밝히지 않은 채 보도해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이다.

반면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인간광우병(vCJD)이라고 방영한 부분에 대해선 정정·반론보도 대상에서 제외했다. “보도 내용이 허위임이 맞으나 두 차례 후속보도를 통해 정정 보도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7가지 쟁점 중 ‘(PD수첩이) 광우병 발생 때 한국 정부의 독자적 조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보도했다’는 등 세 가지 쟁점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닌 언론사의 의견으로 판단해 기각했다.

재판부는 또 ‘PD수첩이 정정·반론보도를 하지 않으면 이행 완료일까지 매주 5000만원을 지급하라’는 농식품부의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성곤 부장판사는 선고에 앞서 “원칙적으로 사실에 관한 부분만 정정이나 반론을 요구할 수 있다”며 “(언론사의) 견해나 평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바꿔 달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10일 안에 PD수첩 방송 첫머리에 재판부가 정한 정정 및 반론보도문을 시청자들이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자막으로 표시하고, 진행자가 원래 프로그램 진행 때와 같은 말의 속도로 낭독하게 하라”고 주문했다.

MBC 측은 항소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PD수첩의 법률대리인인 김형태 변호사는 “항소 가능성이 높다. 정정·반론보도는 피해가 있어야 성립하는 것인데 미국 목축업자라면 몰라도 농식품부가 PD수첩 보도로 인해 본 피해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기헌·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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