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통신사업 한심한 '밀실 짝짓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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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 22일 밤 늦게 기자는 집에서 중견그룹에 한장이 배정된개인휴대통신(PCS)사업권에 도전하는 컨소시엄이 금호-데이콤,한솔-효성으로 압축됐다는 사실을 전화로 제보받았다.그리고 27일 밤 한.일간 축구경기를 한참 보고 있는데 금 호-효성,한솔-데이콤으로 새로운 짝짓기가 방금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초 두장의 티켓 모두 삼성.LG.현대.대우라는 4대그룹에 배정될 뻔한 PCS사업권은 지난 6일 정보통신부의 배려로 중견그룹에도 기회가 돌아갔다.그날 이후부터 금호.데이콤.한솔.효성은 때로는 악성루머로 서로를 흠집내며 치열하게 눈 치싸움을 해왔다. 그러나 이들 회사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정말 98년 이후에 사업능력이 있을까 의문이다.
외국 컨설팅사에 사업계획서를 맡기고 큰소리치는 A사,일본 제휴선을 잡으려 기를 쓰는 B사,참여지분 상한선 5%를 담보로 최대한 이권만 챙기려는 C사….이들이 이제까지 구성한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도 정보통신기기업체보다 물류.건설업 체가 주류였을 정도로 빈약한 내용이라는 후문이다.
그러면서도 이런 진흙탕 싸움에 대해 이들 기업은 하나같이 『정보통신부가 이런 컨소시엄을 유도해 우리들만 피곤하다』며 화살을 피한다.
심야 호텔방에서 협상과 담판으로 생겨난 회사가 제대로 사업할수 있을까.이들 기업의 움직임을 보고 있노라면 98년 이후 세계무역기구(WTO)의 통신시장 개방이나 국가경쟁력 강화등과 같은 과제는 한낱 표어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민호 정보통신팀 뉴미디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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