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김진태 지음 "달을 듣는 강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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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참으로 사람 되기 어렵고,천상천하에 그 광명이 넘치는 불법만나기가 어려운데 말이지,사람 몸 받아가지고도 참 나를 알지 못하고 참 나를 깨치지 못하면 이보다 더 큰 죄가 워디 있을겨.사람 몸 받고도 성불하지 못하면 이보다 더 큰 한이 워디 있을겨.』 세인들이야 알 리 없는 스님이지만 우리 민족이 일제하에서 한창 수난당할 무렵 수월(水月)이라는 스님이 있었다.그는살길을 찾아 중국땅으로 흘러든 동포들에게 짚신을 삼아주고 주먹밥을 손수 만들어주며 북풍(北風)에 꽁꽁 언 발과 주린 배를 따뜻하게 데워주었던,말 그대로 자비를 온몸으로 실천한 고승(高僧)이었다.
앞에 인용한 말은 일생동안 법상에 오른 일이 없었던 그가 북간도에서 어느 독립단원에게 들려준 「법문」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사로 재직중인 김진태(金鎭太.44)씨가펴낸 『달을 듣는 강물』(해냄刊)은 이같은 수월스님의 보살행을「검사답게」 고증,추리해 재구성한 전기물이다.수서 비리,상무대이전 비리,5공 비자금 수사에 참여한 베테랑 검사가 스님에 관한 책을 냈다는 사실 자체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그러나 金검사는 일찍이 백봉(白峯).효당(曉堂).무천(無天)스님 등으로부터 불교와 역(易)을 배워 이에 대한 식견을 쌓아왔다.
저자가 되찾아낸 수월스님은 우리 불교사의 큰스님인 경허(鏡虛)의 제자.달(月)을 뜻하는 법명에 비춰 만공(滿空).혜월(慧月)과 더불어 「경허의 세 달」이라고도 일컬어졌다.충남홍성 근교에서 20년동안 머슴살이를 하던 그는 어느 탁발 승의 설법에감화받아 출가를 결심하고 당대의 선지식인 경허스님 밑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수월의 보살행이 꽃핀 곳은 중국땅.이곳에서 3년동안 소먹이 일꾼 노릇을 하며 일제에 고통받던 동포들에게 참된 불자(佛子)의 모습을 펼쳤다.그와 관련된 전설적인 얘기도 많아 수행시절 밤늦도록 방아를 찧다 돌확 위에서 잠들었을 때 머 리위의 절구공이가 스스로 멈춰섰다고 한다.또 주위에는 온갖 짐승들이 친구되어 뛰놀고 호랑이가 그 옆에서 조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1928년 열반때도 개울가에서 목욕을 마친 다음 맨몸으로 머리에짚신과 옷을 이고 홀로 입적했다고 한 다.한마디로 스님의 일생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며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진정한구도자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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