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업<上> “현금을 확보하라” 업계 처절한 생존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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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푼의 현금이라도 더’.

요즘 건설업계에 떨어진 과제다. 돈줄이 막히면서 비상 경영체제에 들어간 업체들은 자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D사는 강원도 리조트 사업 부지를 매각할 계획이고, 또 다른 D사는 계열사 한 곳을 최근 처분했다. E사는 높은 수익률이 보장된 중동의 한 개발사업 시행권을 팔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고수익이 보장된 사업이었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임대주택으로 쓰기 위해 지난해부터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고 있는 주택공사에는 땡처리를 원하는 업체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주공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 미분양을 매입하겠다고 했을 때는 팔겠다는 업체가 없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팔겠다는 업체가 너무 많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주공은 연초 미분양 100가구 정도를 매입했으나 지금은 1300가구를 넘어섰다.

미분양을 매입해 부동산 펀드로 운영할 계획인 다올부동산자산운용에도 업체들의 문의가 늘었다. 정대환 다올부동산자산운용 실장은 “팔겠다는 업체는 많지만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대부분 미달돼 실제 매입 물량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분양가도 내리고 있다. 그동안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중도금 무이자 대출, 계약금 인하 등 실질적인 분양가 인하 대책을 내놨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W사는 충남 천안에서 분양 중인 아파트의 분양가를 시에서 승인한 가격(3.3㎡당 935만원)보다 100만원 정도 낮췄다. 평소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이 회사 회장이 직접 나서 분양가 인하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만큼 절박하다고 이 회사 관계자는 토로했다.

P사는 경기도 용인에 분양 중인 아파트의 분양가를 3.3㎡당 200만원 낮췄고, S사는 서울 상도동 아파트 분양가를 당초보다 10% 인하했다. S사 관계자는 “일단 계약률을 높여야 은행에서 추가 대출을 받거나 공사대금을 충당할 수 있다”며 “지금은 분양으로 얼마나 이익을 남길지 따질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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