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토끼'학생과 '거북이'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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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기업에서는 컴퓨터를 잘 다루면 유능한 사원으로 꼽힌다.
그러나 학교는 어떤가.중앙일보의 학교정보화(IIE)운동 열기가 한창인 요즘 일선 학교의 선생님들을 접촉하던 중 웃지못할 현상을 발견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교사도 적지만 잘 한다 해도 쉬쉬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아무개 교사가 컴퓨터를 잘 한다고 소문나면 각종 공문서.가정통신문의 워드프로세서 작업은 물론 시험채점.분석까지 맡아야 하는「컴교사〓잡무」라는 인식이 교사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는 얘기다.이런 현실 앞에서 학교정보화를 위해선 교사의 정보화가 시급한 과제라는 생각이 절실하다.
서울 사립명문 K고교의 金모교사는『학생은 토끼,교사는 거북이』라는 표현으로 학교정보화를 빗대 말한다.한반 학생중 절반 정도가 486 이상 PC를 갖고 있는 이 학교의 경우 집에서 CD롬 타이틀을 보고 PC통신이나 인터네트를 활용하 는 학생이 전교생의 20%다.
반면 교사들은 20대 신참 교사와 과학담당 교사를 포함,겨우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만이 컴퓨터를 다룰 줄 아니 학생과 어떻게 정보화를 얘기할 수 있느냐고 金교사는 말한다.
교사들도 정보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컴퓨터를 배우려 하지만 엄두가 안나 고충이 많다고 토로한다.한 명이라도 명문대에 더 합격시키려고 꽉 짜여진 시간표대로 강의하고 자율학습까지 맡으니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그러나 교사들의 의식도 문제 다.교육부 관계자는『교원연수 프로그램에 컴퓨터 과정을 포함시켰더니 나이 든 교사들의 경우 신청조차 안한다』며 『억지로 소에 물을 먹일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경기도 평촌신도시 백영고등학교 문재욱(文在煜.33)교사는 『교사들이 컴맹인데 어떻게 학생들에게 21세기 정보화시대의 중요성을 가르칠 수 있느냐』며 『교사들의 의식전환과 함께 교사정보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양영유 정보통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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