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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초점 인공수정체가 노안의 새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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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의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덩달아 직업수명도 늘고 있다. 정년이 길어지거나 정년 후 전문성을 살려 제2의 삶을 활기차게 지속하는 것이다. 문제는 노안이다. 40대 중·후반에 시작되는 노안이 직업을 유지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 다행히 이같은 수요에 맞춰 노안치료술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 국제안과학회에서 ‘원시성 노안의 다초점인공수정체 임상효과’를 발표한 가톨릭의대 안과 주천기(한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장) 교수와 국제노안연구소 박영순(아이러브안과 원장) 소장의 대담을 마련했다.

▶주천기=경제활동을 하는 노인층이 확대되고 있어 노안 치료는 의학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가 됐습니다. 임금피크제로 근무 연한이 늘어나는 데다 서류작업은 물론 컴퓨터로 일해야 하는 디지털 시대의 어려움이지요.

▶박영순=여성도 운동과 식생활 개선으로 건강과 외모는 10년 이상 젊어졌습니다. 그런데 식당에서 돋보기를 끼고 메뉴판을 볼 때 정말 서글프고 민망하다고 하더군요.

▶주=45세 전후면 이미 수정체 두께를 조절하는 모양근의 탄력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노안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젊었을 때 어떤 시력을 가졌느냐에 따라 원시성·근시성·정시성 노안으로 분류하지요.

▶박=이 중 가장 불편함을 호소하는 노안이 원시성입니다. 40세 이전에 시력이 아주 좋았던 사람들로 나이가 들면서 조절력이 떨어져 먼거리·근거리 모두 조절력이 떨어집니다. 원·근용 돋보기 두 개를 가지고 다녀야 하니 불편하고, 피로와 두통을 호소합니다. 근시성은 근시안경을 쓰던 사람들로 가까운 것을 보려면 안경을 벗어야 합니다. 정시성도 과거 시력이 좋았던 사람입니다. 이분들은 가까운 거리에서만 돋보기를 쓰면 되지요.

▶주=노안 치료술은 안내 삽입렌즈와 안구 표면을 깎는 수술 등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표면 수술에는 각막 겉을 다초점으로 깎는 것과 모노비전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레이저를 이용한 시술은 1999년 개발돼 2000년 이후 임상에 적용됐고, 200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각막을 다초점으로 깎는 방법은 2006년부터 주로 원시성 노안환자에게 시행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시술로는 고주파를 이용한 각막성형술이 있습니다. 2002년 FDA 승인을 받아 가벼운 원시나 정시성 노안에 시술됩니다.

표면 수술의 문제는 40대 이후 대부분 진행되는 백내장을 동시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서 시력이 계속 나빠지므로 5∼10년 안에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불편이 있습니다. 대중화되지 못하는 이유지요.

▶박=안내 삽입술은 특수 인공수정체를 집어넣어 원근을 모두 보는 것입니다. 조절형과 다초점 인공수정체로 분류되는데 후자의 발전이 빠르지요. 인공수정체 표면을 굴절력이 다르게 특수 디자인해 근·원거리를 모두 보면서 백내장을 동시에 치료합니다. 국내에는 레스토·리줌·테크니스 등이 들어와 빠른 속도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만 기능이 조금씩 달라 개인에 따라 맞춤 처방을 해야 합니다. 이 중 레스토 렌즈가 시장 점유율에서 가장 앞서 있습니다. 리줌 렌즈는 원거리에, 독서나 운전을 많이 하는 분들은 테크니스 멀티렌즈가 유리합니다.

▶주=아직 난시를 해결하는 렌즈는 개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꿈의 기술은 2010년께에나 나올 것 같습니다. 이번 국제안과학회에 박 원장님과 함께 저희가 내놓은 레스토 렌즈에 대한 임상 결과는 매우 고무적입니다. 원시성 노안을 대상으로 한 시술 102례를 분석했는데 시력 개선율이 97%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번 학회에 발표된 다른 나라의 성적도 비슷했습니다.

▶박=저희는 지난해 시술한 77명 115안을 가지고 분석했습니다. 37%가 매우 만족, 58%는 만족으로 조사돼 95%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했습니다.

▶주=과거 백내장 환자에게 초점이 하나인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던 시절에서 다초점 렌즈로 원근을 모두 보는 프리미엄 인공수정체 시대가 도래하는 듯합니다. 국내 인공수정체 수술 인구는 연 20만 명에 이릅니다만 아직 2~3%만이 다초점 렌즈를 사용해 외국의 15~20% 선에 크게 못 미칩니다.

▶박=1년 반 정도 시술을 했는데 환자 만족도는 미국 FDA를 통과할 때 수준인 94%를 넘어섭니다. 처음엔 일부에서 야간 빛번짐, 또 15% 정도는 중간거리에서 만족도가 떨어지지만 점차 적응합니다. 노안시술은 젊은 눈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불편함을 얼마나 개선해주느냐가 관건입니다. 처음에 개인의 시력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재수술이 어렵기 때문이지요. 수술 만족도는 원시성·정시성·근시성 노안 순입니다.

▶주=노안을 완전히 극복하려면 수정체를 조절해주는 퇴화된 모양근의 기능을 회복시켜야 하는데 현재로선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현재 최선의 대안은 프리미엄 인공수정체이며, 곧 이용률이 선진국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리=고종관 기자

◇주천기 교수:1956년생/가톨릭의대 졸업/미국안과 및 시과학연구회 정회원/미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 정회원/아시아백내장연구학회 5대 조직위원장/현 한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 및 콘택트렌즈연구회장, 가톨릭의대 교수

◇박영순 원장:1954년생/80년 고려대 의대 졸업/미국 및 유럽안과학회 정회원/미국 애틀랜타 에모리 안센터 및 미국 실리콘밸리 케라 비전센터 연수/성균관대 의대·인제대 의대 외래교수/현 국제노안연구소장 및 아이러브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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