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생물올림피아드 개인종합 1위 최태영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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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제19회 국제생물올림피아드에서 개인종합 1위를 차지한 최태영(17·서울과학고 2)군이 지난 22일 귀국했다. “한국에 돌아와 보니 유명인사가 돼 있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최군. 그가 1위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호기심’이었다.

 
호기심 많던 어린시절
  최군은 생후 10개월부터 책과 친해졌다고 한다. 어머니 이선희(45)씨의 노력 때문이다. 유아용 도감을 사다놓고, 최군이 기어다니는 길목마다 책을 놓아뒀다. 물론 당시에는 한글을 몰라 어떤 내용인지도 몰랐지만, 책에 나온 곤충과 새 등을 보며 호기심을 키울 수 있었다. 책과 가까이 하면서 자연스레 한글을 익혔고 세 돌이 지나고부터는 엄마를 쫓아다니며 궁금증을 해소하기도 했다.
  유치원에 다니면서 최군에게는 취미가 생겼다. 잔디밭이나 나무에 붙은 곤충을 채집하고 풀을 뜯는 일이었다. 하루에도 3~4시간씩은 취미생활을 즐겼다. 그리고는 집에 들어와 도감을 보며 곤충과 풀의 종류를 익혔다. 주말이면 아빠를 졸라 야외로 벌레를 잡으러 다녔고 민물고기를 잡아 이름과 특징을 외웠다. 그는 “왜 그랬는 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생물의 종류를 외우고 그와 관련된 서적을 찾아보는 게 마냥 즐거웠다”고 말했다. 왠만한 나물이나 꽃은 국산인지, 중국산인지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영재성을 표출하다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하교후 일과는 도서관에서 이뤄졌다. 누가 가라는 것도 아닌데, 엄마를 졸라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때부터 과학관련 서적을 주로 읽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일반생물학 책을 읽고는 어린 나이에도 “행복하다”고 할 정도였다.
  결국 어머니 이씨는 아들의 적성을 고려해 서울교대 영재교육원 시험을 보게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학원 등에서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 ‘설마 될까’ 했지만 정말 됐다. “처음 영재교육원에서 실험하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는 최군은 실험의 즐거움에 빠져 기구를 사다놓고 혼자 이런저런 실험을 해봤다고 한다. 중학교에 가서도 2~3학년 내내 서울과학고 영재교육원에 다니며 실컷 실험을 했다.
  그러나 이런 최군에게도 문제는 있었다. 멘사 회원이기도 한 그는 학교 수업시간동안 수업을 듣는 대신 과학책만 읽어 야단도 많이 맞았다. 과학고로 마음을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규수업보다는 영재성을 키우기로 했다.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서부터 본격적으로 학원에 다니며 올림피아드 준비를 병행했다. 영재교육원에서 실험을 하면서 익힌 지식 덕분에 중3 때 생물올림피아드 대상을 받았고, 특별전형으로 서울과학고에 합격했다.
 
실험은 내 인생
  과학고에 합격해서 제일 좋았던 것 역시 좋은 기자재로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1학년 때는 친구들과 4인1조를 이뤄 과학재단에서 지원하는 R&E(Research & Education) 실험논문을 쓰기도 했다. 지난 7월부터 5개월동안은 국제생물올림피아드의 전초격인 한국생물올림피아드 준비에 매달렸다. 결국 금상(2등)을 받았고, 겨울학교를 통해 이번에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그는 “처음에는 그냥 전세계 학생들과 경쟁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국제올림피아드에 나갔다”며 “이번 시험에는 고도의 사고력을 요하는 실험문제가 나왔는데, 평소 직접 실험을 많이 해본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군은 인터뷰 내내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어머니 이씨도 워낙 말이 없다고 했다. 그의 꿈도 그런 자신의 성격에 맞게 ‘연구하는 사람’이다. 올해 조기졸업 예정인 그는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교수로 남고 싶다고 했다. “꿈은 크죠. 각 생물이 가진 이점을 인간에게 적용시켜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시키고 싶다”고 자신의 포부를 드러냈다.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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