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감동시킨 ‘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 교수, 웃으며 눈 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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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시한부 삶에도 좌절하지 않고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라는 ‘마지막 강의’로 세계인을 감동시켰던 미국 랜디 포시(47·컴퓨터공학·사진) 카네기멜런대 교수가 끝내 타계했다.

포시 교수는 25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체사피크 자택에서 눈을 감으면서도 임종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농담을 건네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카네기멜런대는 추모의 글에서 “포시 교수가 대학사회에 크고 영원한 족적을 남겼다”며 “나이·종교·문화와 관계없이 모든 이들이 그에게 몰려들었다”고 추도했다.

말기 췌장암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 받았던 포시 교수는 지난해 9월 학생들에게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실현시키는 일’이란 제목의 고별 강의에서 “삶을 즐기고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잘못했으면 사과할 것,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 것 등 삶의 기본 자세를 강조했다. 또 “물질적인 부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의미 있는 교류를 통해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악성종양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강의해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포시 교수의 사연은 이날 강의장에 참석한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전 세계 1000만명 이상이 유투브 등 인터넷 사이트에 뜬 강연 동영상을 보고 감동했다.

그는 강의에서 어릴 적 꿈 중 무중력 경험하기, 백과사전에 글 싣기, 월트 디즈니에서 일해보기 등은 성취했지만 미국 프로풋볼(NFL)에서 뛰어보겠다는 소망은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계 풋볼선수인 하인스 워드가 그를 초청해 풋볼경기장에서 함께 뛰며 그의 마지막 꿈을 이뤄줬다.

포시 교수는 고별 강의 내용을 담은 책 『마지막 강의(The Last Lecture)』을 발간했다. 4월에 나온 이 책은 단숨에 뉴욕 타임스, 아마존닷컴 등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오프라 윈프리쇼’, ABC의 ‘굿모닝 아메리카’ 등에 출연해 자신의 신념 전파에 열성적이었다. 포시 교수의 강의와 저서를 본 많은 사람이 격려의 글을 보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당신의 특별한 이야기가 수백만 미국인의 사기를 드높였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브라운대 컴퓨터공학과 졸업한 포시 교수는 카네기멜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강의했다. 그는 ‘앨리스’라는 어린이 학습용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의 타계 소식을 전한 웹사이트에는 수많은 추모의 글이 달렸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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