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몰락…궁지에 몰린 J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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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자민련과 김종필(JP) 총재의 정치 운명에 적신호가 켜졌다. 4.15 총선에서 자민련은 또다시 참패했다. 개표가 80%가량 진행된 15일 자정 현재 충청권에서 겨우 4석을 건지는 데 그쳤다. 16대 총선에 이어 또다시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한 것이다. 자민련은 1995년 창당 이후 9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됐다.

JP의 정치 생명도 위협받게 됐다. 정당투표 40%의 개표율을 보인 이날 자정쯤 자민련은 비례대표 2석을 얻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최종 집계 결과가 이렇게 나올 경우 JP는 10선의 고지에 오르게 된다. 헌정 사상 최다선 의원이 되는 것이다.

JP로서는 생애 최대의 영광스러운 순간을 맞게 되는 셈이지만 교섭단체 구성 실패라는 현실 앞에 영광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자민련은 여야 어느 당도 과반수를 얻지 못했던 16대 국회에선 '캐스팅 보트'를 쥔 정국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원내전략으로 활로를 모색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마저 쉽지 않다. 원내 1당이 된 열린우리당이 사실상 과반의석을 차지함으로써 군소정당에 의지하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정국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자민련의 주된 지지기반인 충청권에서조차 의석 대다수를 열린우리당에 내줬다는 점에서 자민련과 JP의 정치적 활로 모색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래서 자민련이 당내 분란에 빠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총선 직전 JP는 이인제 부총재 등 차세대 주자들로부터 지도체제 개편과 2선 후퇴 요구를 받았지만 "총선 이후 거취를 정하겠다"며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총선 패배 책임론이 본격 대두할 경우 그의 리더십은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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