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신당' 언급한 김윤환대표 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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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한국당 김윤환(金潤煥)대표가 「보수신당」을 통한 정계개편을언급했다.이는 총선이후의 정국상황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또한 3金이후의 정치질서에 대한 평소 구상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물론 다른 부분도 金대표로서는 하기 어려운 얘기다.그는 17일 보도된 일본 도쿄(東京)신문과의 회견에서 신한국당의 과반수의석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그는 지역구 1백20석이하가 되면 정계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과반수 미달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그동안의 일반적 관측이어서새삼스러운게 아니다.지역구가 1백20석이라면 전국구를 더해 1백40석 가까이 된다.
무소속을 흡수하면 1백50석이야 넘길 수 있지만 불안정성은 그대로여서 정계개편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선거전을 치르는 여당대표가 하기에는어울리지 않는 얘기다.때문에 金대표는 「과반미달 가능성」을 인정하고,「정계개편 불가피」를 전망하면서까지 「보수신당」얘기를 해둬야할 필요를 느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와 관련해 우선 주목해야 할 점은 여권내의 개혁대연합론이다.개혁연합 주장은 그동안 민주계 일각에서 꾸준히 주장해왔다.
또한 선거후 정계개편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목돼 왔다.여권내부에서 공공연히 그 당위성을 얘기하고 있기도 하다.박찬종(朴燦鍾)수도권선거대책위원장이 최근 이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金대표는 이같은 기류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본 것 같다.우선 보수표가 이탈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이같은 말을 했을 수 있다.
특히 그가 명운을 걸다시피한 대구.경북지역이 문제다.여권의 향후진로가 개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 득표에 장애가 온다고 본 것 같다.「개혁연합」이 구축되면 그의 운신도 어려워질 것이다. 두번째로 金대표 나름대로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과정이라고해석할 수도 있다.
선거전 초반에 대권도전 가능성을 시사했던 金대표다.이제 구체적 구상을 풀어놓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구여권세력의 대표를 자임하는 그가 대선을 준비하는 여당의 성격이 보수신당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자연스럽다.
끝으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 대한 「건의」의 의미도 있는 것 같다.
차기 대선에서 개혁을 내세워서는 승리가 어렵다는 그의 견해는진심같다.그리고 그의 논리대로라면 현실적으로 연합의 대상은 국민회의나 민주당이 아니다.오히려 자민련이 가깝다.
그럴경우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가 다시 여권에 들어오게 된다.이때는 金대표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격하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그럼에도 『보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나름대로의 「충정」을 담았다고 평가할 만하다.
결국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면 金대표로서는 어려운 얘기를했다고 해야 겠다.
金대표 자신도 이를 잘 알고 외신과의 회견을 통해 「슬쩍 띄워본」것 같다.
金대표의 이번 회견이 당내의 「개혁연합」추진 움직임에,또한 대권예비후보들간의 주도권경쟁에 어떤 파장들을 몰고올지 관심이다.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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