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제는 먹고 살일에 마음을 모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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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7대 총선이 끝났다. 이제는 흥분과 대결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갈 때다. 우리는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왜 우리가 목소리를 높이고, 갈등하고, 싸웠는가. 무엇 때문인가. 그 이유는 단 하나여야 한다.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함 때문이었다.

정치권은 분열된 국론을 다시 모을 책임이 있다. 어느 당 할 것없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계층간.세대간.지역간 대결을 부추기는 언동을 했다. 선거가 끝난 지금 더 이상의 분열 조장은 안 된다. 상대를 공격하던 상극.공멸의 정치를 접고 상생.공존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각당은 신속히 당 내부를 정비하고 여야.정당 간 대화를 시작하라.

대화의 화두는 앞으로 우리가 무엇으로 먹고 살 수 있는가로 좁혀져야 한다. 지난 1년간 나라 전체가 일은 하지 않고 목소리 높여 서로에게 손가락질하며 싸우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 이렇게 세월을 보내고 과연 이 나라가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날 수 있다고 믿는가. 이제는 정말로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 누가 이기고 지고가 문제가 아니다. 선거의 결과는 민심으로 겸허하게 수용하고, 이제는 모두가 각자가 자기의 자리에서 일을 해야 한다. 촛불집회.장외투쟁, 이제는 거두어야 한다.

정치의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 이제는 재계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유보해 왔던 투자도 과감히 하고, 고용 증대와 경기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 노동자들 역시 우리 경제가 고비에 처해 있다는 점을 인식해 함께 살아가는 길을 모색해 주기 바란다.

정부는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인 비상상황에서도 선거를 원만히 치러냈다. 헌재의 결정이 끝날 때까지 각종 정책들이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대해서도 추호의 틈을 보여선 안 된다.

총선 후에도 정국의 불안요인은 남아 있다. 대통령 탄핵심판이나 대선자금 수사결과는 언제든 나라를 격변과 갈등으로 몰아갈 파괴력이 있다. 이런 사안이 법 절차에 따라 합리.정상적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