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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월 이상’ 언제 누가 풀기로 결정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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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회는 24일 쇠고기 국정조사특위와 민생대책특위,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특위, 공기업대책 특위 등 4개 특위를 본격 가동했다.

그중 관심이 집중된 쇠고기 특위는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대치하면서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의 한덕수 전 총리와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를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제안한 반면, 민주당은 한승수 총리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부르자고 대립했기 때문이다. 다음달 20일까지 이어질 이번 ‘쇠고기 국조’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네 가지다.

①노무현 정부 책임 있나, 없나=한나라당 김기현·홍정욱 의원은 최근 노무현 정부가 ‘동물성 사료 금지 강화조치만 시행하면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도 수입할 수 있다’는 뜻을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문건을 잇따라 공개했다. 이처럼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른바 ‘설거지론’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찾느라 열을 올리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가 덮어썼던 누명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특위의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최종 결정권을 쥔 노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②인수위 때 무슨 일 있었나=전·현 정부의 ‘네 탓 공방’이 가열되면서 대통령직 인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측은 “노무현 정부 관료들이 인수위에 업무보고를 하면서도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입은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전달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수위에서 경제2분과(농림부 담당) 인수위원을 지낸 홍문표 전 의원을 증인으로 채택하려 한다. 하지만 한나라당 특위 관계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위해 쇠고기 수입을 재개해야 한다는 판단을 인수위에 보고한 노무현 정부 관료도 많다”고 반박하고 있다.

③노 전 대통령이 마음 바꿨나=노무현 정부 핵심 관계자는 24일 통화에서 “지난 정부에서도 경제·통상 관료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해 쇠고기 수입 문제를 매듭짓자는 쪽이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의 장관들은 지난해 말 두 차례 회의를 열고 ‘조건부 수입 쇠고기 월령 제한 철폐’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도 이 의견을 받아들였다가 대선에 진 뒤 갑자기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노 전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만났을 때 ‘한·미 FTA 비준 동의를 쇠고기 수입 개방과 연계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반박했다. 이 측근은 또 “노 전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은 안 된다고 주장한 농림부의 손을 들어줬으며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도 강력 반대했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측근도 “노무현 정부에는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는 수입할 수 없다’는 분명한 원칙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④‘워싱턴 심야 회의’ 때 논의 있었나=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올 4월 18일 한·미 정상회담 직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워싱턴 심야회의’에서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만 공개하면 모든 진상이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조지 W 부시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심야회의에서 수입이 전격 결정됐다는, 이른바 ‘정상회담 선물론’을 내세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했던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상회담 직전 회의에서 쇠고기 문제를 논의한 기억이 없다”고 부인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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