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에 합격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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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합격을 희망하는 대상은 단지 올해 시험을 치르는 현 중3 학생들만은 아니다. 입시제도도 잘 모르면서 OO외고를 지금부터 말하는 어린 초등학생을 포함해 곧 수험생이 될 중1, 2 학생들에게도 외고 합격은 중요한 사안이다. 이렇다 보니 매년 외고입시를 치르고 나면 시험에 합격한 학생과 그 학생의 학부모에게 시선이 쏠린다. 어느 학원을 다녔는지, 어떤 과목을 어떻게 학습했는지, 평소 공부나 입시준비는 어떻게 했는지 온통 관심이 집중된다. 심지어는 외고입학시험에 합격한 후 출판사의 권유 등으로 합격한 내용을 소재로 한 학생의 수기가 발간되기도 한다. 합격에 도움됐다는 학부모의 경험을 실은 각종 비법(?)들이 소개되는 책이 나오기가 무섭게 인구에 회자되곤 한다. 그런데 입시 경험담의 경우 지난해에 적용된 합격비법이 자주 변화하는 외고입시요강 때문에 다음 해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또 한 학생과 학부모의 경험을 담은 자기중심적인 글인 경우가 많아 10년간 수 천명을 모집단으로 얻은 전문가의 노하우와는 사뭇 차이가 있어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이런 책에는 정작 중요한 정보나 꼭 알아야 할 정보들이 간과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참고자료 정도로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좋다.
  외고시험 선발고사가 시행된 지 어느 덧 횟수로 10년이 지났다. 매년 심하게 또는 무책임하게 보일 정도로 변화가 많은 입학시험을, 단 한번 치른 학생이나 학부모의 경험담에 의지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시험을 출제하는 출제기관의 의도, 즉 외고가 ‘선발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누구인지’ 잘 파악하고 그에 걸맞게 준비하는 것이 외고 지망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더 유용하다.
  외고의 인기가 높은 것은 국내외 명문 대학 입학생이 일반고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고 선발고사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사항은 ‘선발된 신입생이 3년 후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는가?’ 이다. 다시 말해 대학입시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을 선발하려고 한다. 무엇이 그런 사항인지 확인해 보자.
  첫째, iBT TOEFL 100점 이상이다. 모든 외고는 토플 고득점자들을 선호한다. 이유는 자명하다. 연세대나 고려대 같은 우수대학에서는 국제화전형을 통해 토플실력이 우수한 학생들을 대거 선발한다. 1차 지원자격은 토플 또는 텝스 등 공인인증시험 성적이다. 그런데 2차 시험은 영어에세이와 영어인터뷰를 치르는 경우가 많아 결국 토플 준비가 가장 확실하다. 태국에 개교하게 되는 대원국제중학교의 영어실력 목표가 iBT TOEFL 100점이라고 명기돼 있는 것을 보면 토플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둘째, 다른 학생과 구별되는 영어인증시험 성적 또는 탁월함을 보여주는 영어 수상기록 등이다. IET·IEEC·TOSEL·영어토론대회와 같은 영어평가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민사고의 경우도 영어 토론대회나 우리말 토론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학생들에게 입학시 가산점을 부여한다. 단지 영어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미래의 훌륭한 리더로 성장하는데 꼭 필요한 능력인 토론능력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학교의 내신보다는 외부시험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학생들을 원한다. 외고는 이미 중학교별 수준 차이가 매우 심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내신성적 반영률이 높은 것 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영어·언어·사회 등과 같은 주요과목을 통해 입학생을 선발한다. 현재 수학 과목이 출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영어·언어·사회 시험 등의 수준이 매우 높은 편이다. 따라서 외고에 합격하려면 학교 내신은 기본이고 깊이 있는 수준의 언어와 사회 실력을 갖춰야 한다. 영어실력은 사실상 토플점수에 의해 판가름 난다. 예를 들어 민사고는 iBT TOEFL 115점 이상이고 최고 수준의 외고의 경우 110점, 중간 수준은 100점 이상이다. 언어의 경쟁력은 KBS의 언어인증시험 등에서 최소 4급 이내로 유지할 수 있다면 입학에 매우 유리하다.
  넷째, 리더십·봉사활동 등 사회적 지수가 높은 학생을 원한다. 최근 서울대에서 전 코넬대 입학사정관 최고책임자를 영입, 향후 중요한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이제는 주요 과목의 실력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미래 지도자가 되기 위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 지가 중요한 변수다. 학교에서 학급회장 정도는 지낸 경험이 있거나 불우이웃 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한 경험 등 학과목 외의 기타 활동들이 중요해졌다.
앞으로 외고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이런 사항들을 평소에 잘 관리해 원하는 외고로 진학하기 바란다.

정랑호
이지외국어학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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