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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황제' 요하네센, 21년만에 모자 상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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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타즈 서울 2008 대륙간캅에서 서양팀 감독을 맡은 노르웨이 입양아 출신 요르네 요하네센 친어머니 상봉. 서울 남산 애니메이션센터, 엄마 손 잡아 보는 요르네 요하네센. 김성룡 기자

한국계 입양아 출신의 세계적 프로게이머 요르겐 요하네센(26·한국 이름 이영범)이 21년만에 친어머니를 만났다.

23일 오후 서울 남산의 애니메이션센터에서 이뤄진 두 사람의 만남은 하염 없이 흐르는 눈물로 이어졌다. 두 사람은 21년만에 서로에게 '어머니'와 '영범아'를 실컷 불렀다. 이날 요하네센은 노르웨이에서, 친어머니인 홍모(44)씨는 일본에서 각각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오자마자 상봉 장소로 달려 왔다.

흰 남방셔츠에 반바지, 하얀 운동화 차림의 요하네센은 생모에게 “어릴 적 한국에 대한 기억은 고아원에 갔던 생각 뿐”이라며 끝내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훔쳤다. 홍씨도 “만나는 것 자체가 용서가 안 되고, 자신이 없어 망설였다. 하지만 이렇게 만나니 아들이 건강하게 자라줘 너무 기쁘다”며 주루룩 눈물을 흘렸다.

홍씨는 “솔직히 영범이를 낳고 고아원에 보낼 수 밖에 없었을 때의 기억은 잊고 싶다. 내가 버린 자식을 잘 키워준 양부모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에 요하네센은 “어머니와 만남을 늘 상상했다. 이제 어머니를 만나서 너무 행복하다. 새로운 가족이든 오래된 가족이든 모두 행복하게 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요하네센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엑스큐터’라는 닉네임으로 총싸움게임인 ‘카운터스트라이크’ 종목에서 10여 차례 우승한 유명 프로게이머다. 지금은 노르웨이 베르겐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며 프로게임단 감독을 맡고 있다. 그는 24∼27일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e스타즈서울 대회’에 서양팀 감독으로 참가한다. 요하네센은 “친어머니와 만남이 팀 승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홍씨도 "아들 경기를 꼭 보러 가겠다"고 약속했다.

박명기 기자, 장수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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